[동하한담冬夏閑談] 작명(作名)과 이름의 의미

2018-01-24 05:00
  • 글자크기 설정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풍기군수(豐基郡守)를 지내고 있던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1495~1554)에게 어느날 풍기군에 살고 있던 권씨 성을 가진 소년이 찾아와 자기와 동생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다.

주세붕은 1543년 주자(朱子)의 백록동학규(白鹿洞學規)를 본받아 사림 자제들의 교육기관으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 紹修書院)을 세워 서원의 시초를 이룬 사람이다. 신재는 지금은 바쁘니 다음에 오라고 하자, 과연 얼마 후에 소년이 다시 찾아왔다. 신재는 소년의 의지가 확실한 것을 알고는 마침내 이름과 자를 지어 주었다.

작명은 ‘성(姓)을 가지고 이름을 지으며, 이름을 가지고 자(字)를 짓는 것(因姓而名之 因名而字之, 인성이명지 인명이자지)'이어서, 신재는 소년의 성이 권(權)이라는 것에서 기인하여 형의 이름은 택중(擇中), 자(字)는 집지(執之)로, 동생의 이름은 용중(用中), 자는 시지(時之)로 지어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울추인 권(權)은 비록 변함이 없는 경(經)과는 반대되지만, 가운데를 얻는다면 이 또한 경(經)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가운데를 잡는 것(擇中)을 귀하게 여긴다. 처음에는 그것을 잡는데(擇之) 모름지기 정밀해야 한다.”

신재는 이 글 <권생형제명자설(權生兄弟名字說)>의 마지막에 “자(字)를 가지고 이름을 생각하며, 이름을 가지고 성씨를 생각하는 것은 그대의 책임이다(因字而思名 因名而思姓者 生之責也, 인자이사명 인명이사성자 생지책야)”라며 “이름의 의미를 잘 생각하고,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勿使所履有愧於名若字也, 물사소리유괴어명약자야)”고 당부한다.  

우리는 이름을 어떻게 짓고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의 의미는 무엇이고 과연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 한 번 돌이켜보았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