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 주공5단지 아파트 모습.[사진=오진주 기자]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린다는데 지금 투자를 위해 들어오라고 말하긴 힘들죠.”(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삼익아파트 인근 P공인중개업소 대표)
1990년대 초 지어진 1기 신도시 아파트가 3~4년 뒤 서른살을 맞이한다.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곧 재건축 기본 요건을 갖추게 되는 1기 신도시 아파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일 찾은 1기 신도시 분당은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긴 서울 강남권 아파트들보다 깔끔한 외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어진 지 곧 30년이 다가오는 만큼 외관을 아무리 손 봐도 수도와 주차장 문제 등 단지 인프라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들 가운데 정자동 한솔주공 5단지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8월 리모델링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 단지는 지난 달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평형 신청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한솔주공5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현재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 하반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데링을 택한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용적률이 300%에 육박한 분당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해도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으로 재건축보다 훨씬 짧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기부채납 의무도 없다.
이에 분당에서는 한솔주공 5단지에 이어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와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한솔주공 5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가 오래된 만큼 아무리 내부 공사를 해도 난방이 안 되거나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에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재건축이 안 되는 걸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보다 남길 구조는 남기고 보강하는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2020년 초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게 된다. 사진은 1993년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단지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한때 분당에서 대단지 최초로 재건축을 시도한다고 알려졌던 수내동 파크타운 아파트도 현재로서는 재건축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파크타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한 적이 없으며 아직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크타운 삼익·롯데·서안·대림 등 4개 단지, 총 3000여가구로 이뤄진 이 단지는 1993년에 입주를 시작했으며,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파크타운 삼익아파트 전용면적 101㎡의 매맷값이 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엔 10억원까지 호가를 부른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늦출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현재 분당에 재건축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진입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여긴 재건축까지 더 멀어진다”면서 “파크타운 아파트는 아직 연한을 25년 밖에 채우지 않아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아직 멀었는데 투자 개념으로 들어오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