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제작사에 대한 공연장의 ‘갑질’ 논란이 최근 공연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적 이유로 공연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가 하면 공연장 내부 문제로 발생한 피해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며 제작사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등 그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순수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관객들과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들인 배우, 스태프들이 최대 피해자로 전락해 이에 따른 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3월 대구 공연을 앞뒀던 뮤지컬 ‘모래시계’의 제작사인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공연의 취소 소식을 알렸다. 오는 6월 예정된 지방 선거를 이유로 대구 지역 공연장인 계명아트센터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용 승인 번복’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방송사 TBC와 공연기획사 S.J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월 5일부터 3월 11일까지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모래시계’를 공연하기로 결정하고 공연장 사용 승인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계명아트센터는 공연장 대관 사용 승인을 번복하고 일방적으로 공연 상연 불가를 통보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계명아트센터 측의 공연 불가 사유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계명아트센터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상연이 2018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연장 사용 의사를 번복했다. 대구 공연을 기획한 TBC와 S.J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오픈 공지를 준비하던 중 계명아트센터의 일방적 공연 취소 통보를 받고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모래시계’는 당시 여러 검사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한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모래시계’가 과거 검사 시절 자신을 모델로 다룬 것”이라고 주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당시 드라마를 집필했던 송지나 작가는 “취재차 만났던 여러 검사들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공연계에서는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이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소재로 쓰이고 있어 보수적 색채가 강한 대구 경북 지역 민심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지난 15일 계명아트센터 행정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 아직 공연에 대해 취소 통보를 한 적이 없다. 내부적으로 과정 진행 중에 있다. 기획사와도 협의 중에 있다. 내부적인 공연장 사정으로 진행 과정이 연기 된 건 맞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17일 대구 공연 취소 소식을 최종 발표했다.

[사진=샘컴퍼니 제공]
◆한전아트센터, 침수피해 요구에 2개월째 ‘묵묵부답’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공연장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사고 발생으로부터 폐막 후 2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뚜렷한 이유 없이 피해보상을 못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예정됐던 ‘그 여름, 동물원’은 지난 11월 13일 오후 11시 30분께 공연장 무대에서부터 출연자 대기실에 이르는 소방설비(스프링쿨러)가 수 분간 오작동해 무대시설을 비롯한 조명, 음향장치와 의상, 소품까지 모두 침수됐다.
공연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과 장비, 소품이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공연제작사는 웃돈을 얹어줘 가며 급하게 시스템을 다시 준비했고, 공연 중단으로 인한 티켓 환불 과정과 추가되는 홍보활동은 공연제작사 측에 비용부담을 가중시켰다. 결국 사고가 난 지 2주일만인 11월 28일 공연은 재개됐고, 지난 1월 7일 스페셜 커튼콜 무대를 끝으로 3연의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사고 직후 공연제작사인 ㈜더그룹과 한전아트센터 양측은 피해보상과 관련해 원만한 협의를 전제로 공정한 피해보상규모 심사를 위해 한전아트센터 측에서 추천한 손해사정법인을 지정, 손해평가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전아트센터 측은 지난달 29일 최종 손해평가서가 제출됐음에도 지난 18일까지 피해보상 이행 여부 및 지급 시기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 ㈜더그룹은 “100% 자사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제작사가 안심하고 작품을 올릴 수 있겠으며, 관객들의 불안한 마음은 또 어떻게 다독일지 염려된다”며 “업무 진행에 있어 어느 곳보다 투명해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 중인 공기업인 한전아트센터 측의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