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홀로 리프트를 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 훈련을 진행키로 한 것과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대표적 현장인 마식령 스키장을 공동 훈련장으로 선택한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체제 선전에 대대적으로 이용돼왔다. 특히 개장 이후 스키장에는 전 미국 프로농구협회(NBA) 스타 플레이어 데니스 로드맨, 전 일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등도 방문한 바 있다.
마식령 스키장 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 외교부 측은 지난 18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분명하고 확고한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논란은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신을 통해 마식령 스키장 일대의 심각한 인권유린 실태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해 1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의 현황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NBC 방송은 북한 주민 수천 명이 스키장으로 가는 울퉁불퉁한 길목을 이렇다 할 장비 없이 맨손으로 제설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NBC 방송에 따르면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상태에서 얼굴이 빨개진 남성, 여성 및 어린이들은 곡괭이와 막대기로 눈을 메트로놈처럼 때려 부수고, 목재 삽으로 눈을 옆으로 밀쳐냈다.
산길 곳곳에 군복을 입은 소수의 군인들도 눈에 띄었지만 제설작업 인원 대부분은 민간인이 차지했다. 특히 제설작업을 하는 이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있었으며, 심지어 11~12세 가량으로 보이는 어린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설 노동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이들에게 일을 지시했는지는 모르고, 길가에 이들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지만 스키장 주변에 민가는 보이지 않았다고 NBC 측은 전했다.
당시 NBC의 촬영 현장 사진, 영상 및 보도를 본 세계 언론들은 마식령 스키장을 '아동 노동착취로 유지하는 호화 스키장'이라며 김정은 정권에 대해 맹비난 했다.
이렇듯 인권탄압 문제로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던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한다면, 한국이 이 문제를 묵인한다는 인식을 세계에 주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NBC 방송의 보도에 대해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