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과거에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기실, 10년 남짓 암묵적으로 차단되고 의도적으로 외면돼 왔다. 이러한 현상의 자장(磁場) 안에서 국정교과서라는 착오적 발상도 등장했었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라며 일관된 자세로 근현대사를 향한 비판적 시선을 차단하는 정부의 대응에 실망한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세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공감대에 회의적이었던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관왕지래(觀往知來). 즉, ‘과거를 잘 살피면(觀往) 미래를 알 수 있다(知來)’라는 말은 참으로 되새겨 봄직하다. 이는 <열자(列子)> '설부(說符)'가 그 출처인데, 얼마 전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인용했던 말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과거를 잘 살핀다는 것은 곧 역사의 공과(功過)를 직시한다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1987’이 박종철·이한열 열사에 대해 생소했던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울렸던 까닭은 아마도 ‘역사의 현장’을 재현해낸 지점에 있을 것이다. 이념을 떠나 사람의 일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시비(是非)를 가려야 할 일이기에, 세대를 넘어 공감해야 할 일이기에, 이 모든 것들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역사의 한 단락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