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승계 지원 하이트진로…문재인정부 들어 총수 2세 첫 고발

2018-0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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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2세 회사 끼워넣고 통행세 받아…과징금 107억‧고발

총수 2세 박태영-대표이사 김인규-상무 김창규 고발

[사진=이서우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총수 2세가 정부로부터 처음 검찰에 고발됐다. 총수 2세의 회사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고, 보유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이면약정을 체결하는 등 우회지원을 통해 경영권 승계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거쳐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고, 부당지원 행위에 깊숙이 관여한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3명도 함께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총수일가 부당지원 행위로 대기업 총수 2세가 고발당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일감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총수 2세(장남)인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박 본부장이 2008년 4월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후,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2000년 설립된 서영이앤티는 생맥주기기를 제조,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이다. 2007년 12월 박 본부장이 지분 73%를 인수하고, 이듬해 2월 하이트진로에 계열편입됐다.

파견된 두명은 서영이앤티 본사에서 기획‧재무‧영업 등 핵심업무를 수행했고,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맥주용 공캔에 통행세도 매겼다.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맥주용 공캔을 직접 구매했는데,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이후부터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했다.

2012년까지 통행세를 1개당 2원씩 받았다. 이 기간 하이트진로는 맥주용 공캔을 연평균 4억6000만개 구매했다.

서영이앤티의 매출 규모는 2007년 142억원에서 2008~2012년 평균 855억원으로 6배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49.8%에 달했다.

2013년부터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2014년 1월까지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 구매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내도록 요구했다. 1년 1개월 동안 590억원의 매출을 확보했고, 영업이익도 20.2%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또 2014년 9월부터 삼광글라스에 공캔과 무관한 '글라스락 캡'(밀폐용기 뚜껑) 구매 시 서영이앤티를 끼워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 통행세 지급은 지난해 9월까지 계속됐다. 이 기간 323억원의 매출을 확보했고, 1309.9%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와 함께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 100%를 비계열사인 키미데이타에 고가(25억원)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지원했다.

키미데이타가 고가 매각이 아닌 순자산가치(6억3000만원)를 주장하자 이자를 포함한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이면약정을 제안해 합의하기도 했다.

실제 매각 이후, 생맥주기기 A/S 업무위탁비는 대폭 인상됐다.

박 본부장은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입에 직접 관여했고, 지난해 공정위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허위자료까지 제출했다.

이런 부당행위로 서영이앤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맥주공캔 47%, 코일 14.47%, 글라스락캡 58.7%를 차지해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했다.

총수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토대도 제공했다. 서영이앤티는 박 본부장이 지분을 인수한 이후 하이트진로에 편입됐고, 이후 지분증여와 기업구조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하이트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한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79억4700만원, 삼광글라스에 12억18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6800만원 등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를 고발했다.

또 박 본부장과 함께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김창규 하이트진로 상무 등 3명에 대해서도 고발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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