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이스타항공이 지난 연말 승객들을 항공기에 태운 채로 14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다가 결국 결항 통보를 해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됐다.
지난달 23일 일본 나리타행 이스타항공 ZE605편을 이용했던 승객들은 같은날 오전 7시 20분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탑승 수속을 마치고 기내에서 14시간 넘게 대기했고 오후 9시 20분께가 돼서야 결항 통보를 받고 항공기에서 도로 내렸다.
승객들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결항으로 일정이 취소된 데다가 이에 따른 숙박비, 교통비 등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또 좁고 밀폐된 기내에서 항공사로부터 지연 사유와 상황, 운항 일정 등을 적절하게 안내받지 못한 정신적 손해를 하소연했다.
승객 64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이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사는 승객들을 항공기에 탑승시킨 채 장시간 이륙이 지연될 경우 승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며 “항공사 측에서는 기상악화와 관제탑 통신연결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같은 시간 비행이 예정됐던 다른 항공편은 모두 운행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 이용자 보호기준 고시에 따르면 승객이 기내 탑승한 상태로 국내선은 3시간 이상, 국제선은 4시간 이상 대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적절한 제재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또 승객들이 대기하던 도중 근무시간 초과로 기장이 교체되기도 해 기상악화 이외에 다른 결항 요인들이 있었지만 승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측은 1인당 20만원의 위로금을 제시했지만 승객들은 1인당 150만원의 손해배상액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 측은 소송 과정에서 항공사의 항공기 정비·점검, 운항 일정관리상의 과실이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8월에도 기체 결함 등을 이유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던 항공기를 두 번 연속 결항해 승객 119명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