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DB]
#대학생 황씨(25)도 친구 셋과 학교 앞 갈비탕 식당에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미 식사를 한 터라 친구들만 음식을 주문했는데 식당 종업원이 ‘1인 1메뉴’가 원칙이라며 4그릇 주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음식을 주문했는데 막상 나온 음식을 보자 황당했다. 그는 "갈비탕 한 그릇이 유독 적길래 따졌더니 종업원이 '여성이고 배부르다고 하셔서···'라면서 뒤늦게 부족한 양을 보충해 줬다"며 "손님이 많은 시간도 아니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는데도 ‘1인 1메뉴'를 강요하더니 배부른 손님에게는 양을 알아서 깎느냐”고 말했다. 황씨는 “그후 1인 1메뉴 식당은 절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식당과 카페 등이 ‘1인 1메뉴 원칙’을 선택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갈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인 1메뉴 원칙이란 말 그대로 영업장에 입장한 손님의 숫자만큼 주문을 하라는 뜻이다. 뷔페나 셀러드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등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당들은 ‘1인 1메뉴 원칙’을 선택하는 것은 여러 명이 와서 적게 시킨 뒤 오랜 시간 소란을 피우다 돌아가는 이른바 ‘진상 고객’을 거르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은 식당점주들의 이러한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에선 어린 자녀 등 고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행태는 문제라고 비판한다.
강남에서 부모님과 함께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33)는 1인 1메뉴 원칙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인심좋은 부모님 덕분에 맛집이라는 소문이 났는데 잦아지는 얌체 손님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섯 식구가 와서 3~4인분만 시키고 밑반찬으로 나가는 게장 등 메인 반찬을 계속 리필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인건비와 물가가 올라 힘든데 무작정 손님눈치만 볼 수가 없어 부모님에게 ‘1인 1메뉴’ 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당들의 방침에 찬성하거나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상당수는 "지나친 것 아니냐"며 씁쓸해 하고 있다.
주부 조모씨는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편에선 ‘왕 대접’까지 바라는 건 아닌데 약간의 이해와 배려도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참 각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2)는 “SNS에서 본 유명 카페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같이 간 지인이 커피를 못먹어 베이커리류만 주문했더니 ‘무조건 1인 1음료가 원칙’이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싶지 않아 두 잔을 시켰지만 굉장히 불쾌했다. 원칙이 그렇다면 문 밖에 이런 사항을 공지하는게 소비자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씨(31)도 "부페나 고깃집, 카페 등에서는 이해가 가는데 요즘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피자집에서도 무리하게 1메뉴 주문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토로했다. 주부 안모씨(30)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1인 1메뉴 원칙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무개념 손님 출입금지’인 만큼 양 측이 이를 융통성 있게 해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