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은 올겨울 야생조류 고병원성 AI 검출 경향을 분석한 결과, 예년과 다르게 AI 바이러스가 남부(순천, 제주) 지역에서 먼저 검출되고 한 달 후 중부(천안, 용인)에서 검출되기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야생조류의 분변, 사체 등 시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8건이 검출됐음을 확인했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에 검출된 37건 22% 수준이며, 처음 검출된 시점도 16일이 늦은 편이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2017년 겨울철새 유입이 2016년에 비해 다소 늦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11월 13일부터 순천, 제주 등 남부 지역에서 처음 검출되기 시작한 AI 바이러스는 12월 13일부터 중부 지역인 용인, 천안, 안성에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검출 경향은 예년과 다른 것이다. 2016년에는 10월 28일부터 중부(천안, 아산, 원주 등) 지역에서 먼저 검출된 후 11월 중순 이후 남부(강진, 부산, 창원 등) 지역에서 검출되기 시작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진은 올겨울 고병원성 AI가 남부 지역에서 처음 검출된 것은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등 장거리 이동 철새들이 북극해로부터 홍콩, 중국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남해안, 제주도 등 남부 지역을 경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올겨울에 검출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2016년과 달리 유전자형은 같고 유전적 계통이 다른 2종류의 H5N6형 AI 바이러스가 11월부터 동시에 유입된 것으로 진단했다.
2016년은 10월 이후 한 가지 유전자형의 바이러스(H5N6)가 검출되다가 그해 12월 중순부터 새로운 유전자형의 바이러스(H5N8)가 함께 검출됐다.
한편, 올겨울 철새의 국내 도래 시기와 분포도 예년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 철새 종수 및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2017년 10월에는 전년 같은 달 186종 50만여 마리에 비해 약간 적은 176종 38만여 마리로 집계됐다.
2017년 11월에는 전년 같은 달 195종 90만여 마리에 비해 줄어든 159종 60만여 마리를 기록했다. 12월에는 전년 같은 달 195종 119만여 마리와 비슷한 189종 108만여 마리로 조사됐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올겨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 경향이 예년과 달라 철새 이동 경로 등을 면밀하게 추적해 분석하고 있다”며 “겨울 철새가 북상하기 시작하는 다음달부터 저수지, 습지 등 철새 서식지 주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찰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