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로이터는 LA 주변 전역 아이들이 납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혈중 납농도가 발달장애, 성격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 우려가 쏟아졌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납이 범죄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유년기 납 노출이 충동조절장애 등을 일으켜 성인이 됐을 때 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가설이 있다. 해당 가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과거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납이 공기 중에 퍼진다는 유연휘발유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이를 제거한 무연휘발유로 바꿨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발달장애는 물론 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범죄율 역시 떨어졌다'며 1990년대 초반 범죄율 하락이 이러한 과정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납과 범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납 오염이 가난과 연관이 있기 때문. 경제학자들은 납 오염과 관련된 다른 요인의 효과를 배제하면서 연관성을 찾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유사한 환경의 아이들이 다른 납 노출을 겪게 된 경우를 찾아왔다.
최근 세 건의 논문이 발표됐다.
첫 번째 논문의 저자 제임스 페이겐바움과 크리스토퍼 뮬러는 당시 사람들이 납에 노출되는 요인으로 납 수도관을 통해 식수를 마시는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납 수도관을 사용하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범죄율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변수(도시 공해, 도시 부유함)가 등장하자 이들은 물이 산성을 띄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납 노출이 20년 뒤 살인사건 비율에 영향을 끼쳤으며, 납에 노출된 도시의 살인사건 비율은 비슷한 환경이지만 납 노출을 피한 도시보다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논문의 저자인 안나 아이저와 잔자넷 큐리는 1990년에서 2004년 로드아일랜드 지역의 아이들에 대해 유치원생 당시 혈중 납농도와 학교에서 정학 비율 및 소년원 수감 비율을 비교했다. 큰 도로 근처에 사는 아이들의 혈중 납농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도로가 유연휘발유에 요염돼있기 때문. 조건도 좋았다.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에 다녔고, 부모들 수입도 비슷해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저 도로에서 가까이 사느냐, 멀리 사느냐였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된 아이들이 학창시절 정학을 당할 비율이 더 높고 수년원에 수감될 확률 또한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논문 저자 스테픈 빌링스와 케빈 슈네펠은 혈중 납농도가 높은 아이들에게 CDC(미질병통제예방센터)가 제안한 대처방안의 효과를 측정했다. 혈중 납농도 검사에 두 번 연속 기준치를 넘긴 아이들에게 집 내부의 납제거공사, 영향 줄이는 영양식 등을 처방했다. 이때 두 사람은 기준치를 두 번 넘긴 아이들을 실험군으로, 한 번만 넘긴 아이들을 대조군으로 택했다. 또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메클렌버그 지역에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혈중 납농도 결과, 학창시절 기록, 성인 후 체포기록 등 포함)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CDC 처방을 받은 실험군 아이들이 정학, 결석, 학교범죄 등 반사회적 행동을 훨씬 적게 저질렀음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납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방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과 인적 자본의 측면에서 매우 큰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세 가지 논문을 토대로 브루킹스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율을 정말로 낮추고 싶다면 납 영향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도시의 치안을 위한 매우 효율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