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 간 ‘빅딜(Big Deal)’ 추진은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과 달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에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권유하고 진행상황을 점검해왔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거부 등 여건으로 인해 구조조정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합병법인 중심 구조조정 추진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위기에 빠진 기업별로 추진했던 구조조정을 산업 전체의 시각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대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을 모범 사례로 만든 뒤 중견·중소 조선사들에도 이를 적용, 낙수효과 기대감도 반영되어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통해 조선산업 전체 생태계의 근간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일이 많고 시간도 더디게 걸리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각국의 통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합병 후 별도법인으로 독립 유력
정부와 금융권·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구조조정안을 종합해 보면, 요점은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에서 독립해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 후 새로운 독립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3사 체제를 2사 체제로 전환한 메모리 반도체(SK하이닉스), 업체별 사업부문을 떼어내 새로운 독립법인으로 설립한 항공기(한국항공우주산업)와 철도차량(현대로템)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에 찬성하는 이들은 양사가 합병하면 중복 사업 조직과 인력을 통합해 구조조정 효과를 높이는 한편,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양 조선소가 소재한 거제시 지역경제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합병기업이 구조조정으로 축소되어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되며, 중국과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효과가 덜한 이유는 결국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주량 감소로 건조량이 줄어 각 조선사들은 조선소 운영 및 선박 건조를 위한 고정비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도 올라 등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라면서 “이러한 시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합병을 해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절대 안돼”
한편, 소식을 접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합병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당장 회사 사정도 빠듯한데 합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업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에 삼성물산까지 포함한 삼성 내 중공업 구조조정 이슈도 있는데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거액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합병이 전혀 불가능한 방안은 아니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