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무술년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나라답게 정의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국회와 정당·사법부·행정부·지자체·경제계·노동계·여성계·문화예술계·교육계·시민사회·과학기술계 등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 등 총 246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5당 원내대표가 참석했으며,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불참했다.
청와대는 '희망'과 '공감'이라는 콘셉트 아래 일반 국민 18명을 이날 행사에 초청했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대학생 양승민씨, 버림받거나 비혼모에게 태어난 아이 5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부부, 나아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등학생 모델 한현민군, 이산가족과 국가유공자, 화마를 딛고 여수 수산시장에서 10년째 멸치를 판매하는 소상공인, 황금개띠 어린이를 대표하는 남녀 초등학생, 이산가족과 국가유공자가 초청됐다.
또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포항 지진을 이겨내고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 중증장애인 일자리창출카페에 취업해 첫 월급을 받은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포기한 홍성표씨,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추모편지를 낭독했던 김소형씨, 화재 현장 3층에서 뛰어내린 5세·3세 아이를 맨손으로 받아낸 정인근 소방관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헤드테이블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5부 요인 외에 원로 인사인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와 오희옥 애국지사 등이 자리했다.
신년 인사회는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국민들이 바란다’는 내용의 영상물 상영, 문 대통령의 인사와 이희아씨의 공연, 주요 인사의 신년인사 순으로 진행됐으며, 분위기는 밝고 활기찼다.
영상 속 국민들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 "현장실습을 활성화해 달라", "소외계층에 힘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쏟아냈고, 인디밴드 '레이지본'도 영상에 출연해 "신나게 음악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공연에서 이희아씨는 노래 가사를 "할 수 있어, 그게 바로 대한민국 평창"이라고 개사해 불렀고,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공연이 끝나자 무대로 다가가 이씨를 안아줬고, 이씨는 문 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숫자 '3'을 매개로 달변가다운 신년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총리는 "연말연시에 터진 여러 가지 뉴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3'자가 많이 들어간다"며 "지난해 우리 경제는 3%대 성장을 3년 만에 성취했다. 이 시간 현재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에서 300달러가 모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봄에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이룩할 것"이라며 "또 30년 만에 올림픽을 주최하게 됐다. 남북대화가 3년 만에 재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이 뜻을 받들어서 올 한 해 삼삼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어제 다들 떡국을 먹었을 텐데 떡국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인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어 이 소장은 "최근 떡국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음식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원인은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소장은 "어차피 나이를 한 살씩 드셨는데 나이를 먹게 되면 좋은 것도 있다.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마음이 풍성해질 수 있다"며 "올해가 무술년인데 건강에 신경 쓰기 위해 술 없이 지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치주의와 정의의 원칙 실현이라는 사법부의 사명을 실현하는 데 흔들림이 없도록 하겠다"며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지난해 엄중한 상황에서 대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축제로 만들겠다"며 "이런 축제를 통해 국운이 더 융성하고 모든 국민의 삶이 고루 향상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이 "설레는 마음으로 2018년 새해를 맞는다. 국민 모두는 이 나라가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주고 행복한 2018년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내가, 우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정 국회의장이 "국민에게 힘이 되는"이라고 선창하며 건배 제의를 하자, 참석자들은 포도주스가 담긴 컵을 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어 떡만둣국으로 식사를 마친 문 대통령과 5부 요인 등 참석자들은 소망나무에 새해 소망을 적은 '소망카드'를 매다는 이벤트도 펼쳤다.
기념촬영 때는 모든 참석자가 문 대통령 내외를 중심으로 좌우로 줄을 지어 섰으며,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나라답게"를 선창하자 "정의롭게"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