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新북방정책과 일대일로 시너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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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경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박사)]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정상회담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하는 데 적극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신(新)북방정책’ 구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는 역대 정부의 동북아 정책 및 지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계승·극복·발전시킨 것이다.

사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가장 주요하게는 외부여건이 성숙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고립 및 적대상태에 머물러 있었고, 미국과 일본이 동북아 개발에 비협조적이었다. 또한 우리의 주요 협력대상인 중국이나 러시아의 이니셔티브는 충분한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이런 차원에서 신북방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2013년 탄생한 중국의 일대일로는 북방경제협력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지난해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됨으로써 향후 장기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신북방정책이 역대 정부의 구상과 달리 북한을 배제하거나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중 양국 간 협력의 공간도 더욱 넓어졌다.

신북방정책이 일대일로와 결합된다면 이는 분명 양국 모두에 ‘윈(Win)-윈(Win)'이다. 한국은 평화통일을 위한 장기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중국도 2014년부터 심각한 경기침체 현상을 보이는 중국 동북3성 지역을 부흥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일대일로에는 단순히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정치·안보적 고려가 상당히 반영되고 있어서다.

중국이 자신의 주변에 형성돼 있는 기존 강대국 중심의 질서를 완화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투영해 나가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재돼 있다. 장기적으로 자신의 주변지역을 자신의 확고한 세력권으로 형성해 나가려는 수단이다.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자, 크게 환영했던 중국이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지니까 일대일로 정상포럼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다.

중국은 사드를 철저히 중·미 관계의 차원에서 봤고, 자신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 반발한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외전략이나 다자 간 협력을 구상할 때 이러한 중국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세계인식과 대외정책에는 미국에 대한 고려와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 미국의 눈에 중국은 자신이 당면한 여러가지 도전 중 하나지만, 중국의 눈에 미국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관건적인 핵심국가다.

시진핑 시기는 과거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대국화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중국과 미국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늘날 미·중 관계는 경제나 인문교류 분야에선 협력이 강화되고 있으나 정치나 안보 분야, 특히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의 이슈에 관해서는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그리고 한반도는 정확히 그 가운데 있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구조를 한국 정부는 명확히 인식하고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은 중국이 자국이익에 반할 경우 안보이슈에 경제적으로 대처하고 일대일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분명한 선례를 남겼다.

중국이라고 하는 새롭게 등장한 강자를 어떻게 우리 이익에 맞게 대하고, 중국의 날로 커지는 힘을 우리 자산으로 끌어와야 할지를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여기에는 단기적으로는 북핵문제의 전개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디테일하게 구상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해방 이후 70여년간 줄곧 미국 중심의 해양세력권에 편입돼 빠른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뤄 온 한국이 향후 어떻게 할지를, 자신의 정체성과 외교노선의 큰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갈지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과거와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안보적 구조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가능성들을 미리 파악하고, 시나리오별로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한 상태에서 신북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이 현재 추진하는 6개 경제회랑 이외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동북아 경제회랑이 추가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국내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먼저 모여 심도 있는 연구와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과거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하고, 추진방향을 세부적으로 잡은 이후에 논의를 수면 위로 올리면서 중국을 포함한 타국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희망적 사고에만 의존해 당장 추진하는 데에만 주력할 경우, 이번 정부도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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