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자신의 뇌물공여죄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내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다"며 특검팀이 제시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각각 '혐의 입증'과 '무죄 주장'을 두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부정청탁 인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의 강수를 뒀고,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부정청탁은 없었으며 삼성은 최순실 씨에 의한 직권남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0차 독대' 항소심 핵심 변수로
항소심에서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주장한 0차독대 유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단독면담을 갖기 3일 전인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또 다른 단독면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이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받고 번호를 저장했으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관련 내용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삼성 내부자료에도, 이 부회장의 기억에도 0차 독대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안 전 비서관이 왜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9월 12일뿐만 아니라 2015년 7월, 2016년 2월 두 번을 제외하고는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경위를 다 밝힌 마당에 지금 와서 독대 횟수를 가지고 거짓말 할 필요가 없다"며 "제가 기억을 못한다면 치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계열사 지분 몇 % 더 높이는 게 경영 아니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인정했던 3차례의 독대에서도 부정청탁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앞서 삼성 측은 2014년 9월 15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세 차례의 독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1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 "삼성이 그동안 비인기 종목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기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반면 특검은 삼성이 승마 지원을 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2차 독대에서도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과 관련, 한화보다 (지원이) 못하다면서 질책을 해 부정청탁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3차 독대에서는 정부 비판과 관련한 JTBC 보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그 보도를 봤냐"며 강하게 질책해 어떤 부탁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2·3차 독대 당시 강하게 질책 받는 상황인 만큼 승계 관련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경영권 승계를 위해 포괄적 청탁뿐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도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대주주로서 계열사 지분을 몇 % 더 높이는 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지 지분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특검은 1심과 같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