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행정혁신 보고서] 금융사 '셀프연임'은 참호 구축…지배구조 개선 주문

2017-12-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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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추천이사제ㆍ기관투자자 의사결정 참여 방안 제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셀프 연임'이 참호 구축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다양하게 구성하라는 권고안이 나왔다. 

근로자 대표가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추천이사제와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은 20일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셀프 연임은 참호 구축과 다를 바 없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공정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들이 동일한 회장을 재선임해서 연임하는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사외이사에 포함돼 있다.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이 참석하는 탓에 현 회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셀프 연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선출된 금융지주회장은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에 비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제재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날 선 비판을 하자 일각에서는 '관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는 당국의 행태를 관치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헌 위원장은 "안 할 일을 하고 할 일을 안 하는 게 문제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해 관치라고 나무랄 건 없다고 본다"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는데 재발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관계 낙하산 인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성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회장직을 맡으면 금융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관치금융의 틀이 유지돼 금융 정책과 감독에 부정적인 영향도 끼친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 이사회나 후보추천위원회 등이 낙하산 인사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융산업의 선진화 측면에서 임기 제한이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혁신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의 후보 자격요건을 신설하라고 권했다. 예를 들어 '금융업 관련 경험 5년 이상' 등으로 기준을 정하면 무자격자의 낙하산을 사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은행법을 정비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도 견제하라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기존 회장의 참호 구축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은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임추위가 회장과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인재 풀을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금융회사에 노동자 대표가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제시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근로자가 경영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므로 노사 간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노사 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본인이 갖지 못한 근로자의 관점, 경험 등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헌수 위원(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은 "금융회사에 다양한 주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어 근로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을 이사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어떠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이는 회사법 체계와 관련이 있어 내부적으로 논의가 많이 진전된 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도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간 심도 있는 논의 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혁신위는 이와 더불어 수탁자 책임(스튜어드십 코드)을 기관투자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뿐 아니라 회사 이익에 반하는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내년 도입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금 위탁운영 시 민영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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