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 어디까지 왔나

2017-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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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칼럼]


 

[사진=정유신 초빙논설위원 ·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 어디까지 왔나

금융업에 디지털금융, 소위 핀테크 열풍에 이어 본격적인 기술혁명이 불어 닥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은 금융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꿔버릴 기술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을 꼽는다.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은 어디까지 왔을까.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서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소매금융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첫째, 인공지능의 학습능력 활용이다. 많은 데이터 정보를 입력하면 데이터의 분류와 상호 관련에 대한 지식을 인공지능이 학습, 그 결과를 다양한 소매금융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활용도가 높은 분야는 부정거래 검사와 여신심사다. 부정거래 검사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부정거래 방지가 주목표다. 지금까진 사람이 부정거래 모델을 구축했지만, 대규모 데이터 처리능력이 부족했고 또 새로운 유형의 부정거래가 발생하면 모델 수정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인공지능을 통해 빅데이터가 주어져도 단시간에 부정거래의 특징과 유형을 파악해낸다. 말하자면, 소매점포의 수많은 거래를 리얼타임으로 검사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부정거래 유형에 대한 모델 수정도 그만큼 신속하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의 대형 신용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비자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자 통계에 의하면 모델 활용으로 연 20억 달러에 달하는 부정거래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분야인 여신심사에선 개인 신용평가의 정밀도 제고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통상 개인의 신용카드와 주택대출 등을 심사할 때 신용도점수(credit score)를 산정하는데, 신용카드 이용기간이 짧거나 대출상환기록의 업데이트가 부족한 고객의 경우엔 신용도 측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개인 신용평가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직접적인 신용평가정보 외의 다른 정보들을 통해 해당고객의 신용도 평가를 유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유명한 신용평가기관인 밴티지 스코어(Vantage Score)가 작성한 ‘밴티지 스코어 4.0’이 있다. 신용평가 정밀도 개선으로 신용평가가 가능해진 미국의 개인고객만 무려 3000만~3500만명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활용으로 잠재수요 기반을 그만큼 현실화했다는 얘기다.
데이터정보에 대한 학습능력 외에 단어 간의 관계를 학습해서 문장과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인공지능도 활용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챗봇(Chatbot). 챗봇은 고객이 입력한 문자나 말한 음성내용을 인공지능이 인식해서 고객질문에 자동적으로 답하는 기능으로, 고객들의 다양한 매체, 예컨대 SNS 메신저, 전화, 스마트폰 스피커 등에 대응한다. 어떤 기능까지 할 수 있나. 우선 계좌잔액이나 신용카드 이용금액 등을 확인한다든지 신용카드금액 결제와 송금과 같은 간단한 금융거래는 이미 대형 은행들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조만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고객의 가계장부나 자산에 대한 재무관리에 도움을 주는 챗봇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고객이 제공한 재무정보와 고객특성을 기초로 보다 더 이익이 되는 신용카드 활용법, 주택대출의 조기상환방안, 자산운용상품 제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챗봇의 대표적 사례는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마트폰에 내장된 전용 앱(App)을 이용하는 대화형 챗봇 ‘에리카’를 개발했다. 고객은 문자입력 또는 음성을 통해 에리카와 대화할 수 있는데, 에리카의 대답은 대단히 스무스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전엔 이러한 챗봇 하나를 개발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고객의 수많은 문의내용을 분석, 모든 경우의 수를 시나리오로 짜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을 통한 문자와 음성기록 분석으로 자동적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그 시간도 대폭 단축되고 있다.
은행 등의 소매금융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백오피스 업무를 대체하는 인공지능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소위 RPA(로보틱스 프로세스 오토메이션)가 그것이다. RPA란 한마디로 직원이 컴퓨터에서 행하는 작업절차를 소프트웨어로 개발, 자동화시키는 기술이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고객으로부터 입수한 고객명과 주소 등의 정보를 다양한 금융상품에 자동 입력할 때도 고객정보가 정확하게 입력됐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RPA를 이용하면 사람의 확인 작업도 불필요하게 된다. 그만큼 사무작업시간이 단축되고, 확인 부주의에 따른 위험도 배제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이러한 정형화된 사무자동화 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정형업무의 자동화도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은행인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법인 대출계약서의 내용을 자동 확인하는 COIN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연 36만 시간에 달하던 확인 작업시간을 불과 몇 초 안에 끝내는 엄청난 효과를 얻고 있으며, 투자은행의 대명사 골드만삭스는 신규주식공개(IPO)에 관한 업무를 127개의 공정으로 분해, 그중 절반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금융업의 미래는 소매금융, 백오피스 업무를 막론하고 인공지능 모델 활용이 갈수록 많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향후 미국에서 5년간 은행업계의 종업원은 약 30% 감소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용문제 등 이슈가 제기되곤 있지만,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고려하면 우리 또한 인공지능 활용에 좀 더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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