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돈 쓰는 김정일, 6년간 50억원이나?

2017-12-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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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살]미라 유지에 돈 펑펑 쓰는 북한…김정은, 김정일 6주기 맞아 금수산 태양궁전 방문

23년간 김일성 미라 관리 비용에 200억원 쓰기도

북한 김정은, 만수대 언덕에 화환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주기를 맞아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동상에 화환을 전달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2017.12.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2017-12-17 22:21:00/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세월의 풍화에 따라 소멸할 뿐이다. 이 당연한 이치가 통하지 않는 곳도 있다. 금수산 태양궁전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를 맞아 이곳을 찾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동상 앞에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금수산 궁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방부처리돼 보관되고 있는 장소다. 1994년 사망한 김일성, 2011년 숨진 김정일 모두 이곳에서 생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궁전은 당초 금수산 의사당이라고 불렸다. 1977년 김일성의 생일을 맞아 건립된 이곳은 김일성이 자신의 집무실로 이용했기 때문에 주석궁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일성이 세상을 떠난 뒤 김정일은 의사당을 확장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영구보존하기 위해서다. 대기근으로 인해 300만명이 사망한 '고난의 시기' 무렵이다. 김일성 1주기를 맞아 완성한 기념궁전의 총 부지 면적은 350㎢에 달한다. 시청 앞 서울광장이 270개 붙어 있는 크기다.

김정일은 이곳에 김일성의 미라를 보관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정일이 '모셔 온' 러시아 전문가들은 김일성의 시신에서 뇌와 안구, 내장 등 부패하기 쉬운 부위를 제거하고, 방부제를 사체에 채워 넣었다. 이후 화장을 하고 새 옷을 입힌 뒤 시신은 진공 유리관 속에 전시됐다. 김정일 또한 사후에 같은 방식으로 미라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부처리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일차적인 단계에 해당한다. 매주 두 번씩 미라를 꺼내 다시 처리해야 한다. 얼굴이나 손처럼 노출된 부위에 재차 방부제를 바르는 것이다. 2~3년마다 방부액 수조에 시신을 담가 전신 재처리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미라의 유지 비용은 연간 80만달러. 한화로 8억7000만원 가량이다. 올해로 23주기를 맞는 김일성의 미라를 여태껏 보관하는 데 쓴 돈만 약 200억원이다. 50억원이 넘게 소요된 김정일 미라까지 함께 계산하면 우리 돈 25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의 10배에 해당하는 돈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미라를 관리하는 데 날린 셈이다.
 

[사진=AP연합]


핵실험으로 경제적 고립을 자초한 북한은 20년 넘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을 들이며 우상화에 몰두하고 있다. 정교진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는 2016년 12월 '통일인문학'에 기고한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전략 및 특성 비교 연구'를 통해 북한의 정치 체제의 특징을 "지도자상징 정치"라고 칭한다.

정 교수는 "상징작용을 강력하게 활용한 이들은 권위주의 정권과 전체주의 체제의 독재자들"이라며 "그들은 자신의 지도자 이미지를 실제와 달리 교묘하게 조작해 상징으로 정형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그 권력을 공고히 유지하며 향유했다"고 지적했다.

선대의 지도자들을 미라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 또한 이러한 신격화 전략의 일환이다. 태양과 불멸, 영생 등의 상징을 강조하며 전 세계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김일성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미라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비의 순간마다 '우상 팔이'는 내부 단결력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작동했다.

다만 매해 개최되던 대규모 추모대회가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김정은의 참배 여부가 당일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아 참배하지 않았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김정은이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선대에 기대지 않아도 1인 독재체제를 공고히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라는 것이다. 말들만 무성한 가운데, 여전히 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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