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7/12/12/20171212170902674760.jpg)
국립민속박물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겨울나기' 특별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썰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동네 아낙들은 김치를 '질독'에, 감자는 '감자독'에 보관하기 바쁘고, 남정네들은 외발창, 설피 등을 만들어 설(雪)산에서의 사냥에 대비한다. 한편 아이들은 나무 썰매, 연, 팽이 등을 마련해 겨울철 놀이에 여념이 없다.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시대인 지금, 이게 웬 말인가 싶겠지만 한국인의 겨울나기는 이와 같았다.
우리나라의 겨울 서정(抒情)을 구현한 전시가 열려 주목을 이목을 끌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내년 3월 5일까지 한국인의 겨울나기 지혜를 담은 '겨울나기'특별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겸재 정선(1676~1759)의 '정문입설도'(程門立雪圖) 등 겨울 그림을 비롯해 '방장'(房帳), 견짓채(얼음낚시에 사용하는 채), 썰매, 연 등 겨울 살림살이와 놀이용품 자료·사진·영상 300여 점을 선보인다.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7/12/12/20171212174501124086.jpg)
겸재 정선의 '정문입설도'(程門立雪圖)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는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겨울을 맞다'는 긴 겨울을 만나고 나기 위한 '저장과 준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설경(雪景)을 묘사한 김화경(1922~1979)의 '심촌취설도'(深村吹雪圖)와 유덕장(1675~1756)의 '설죽도'(雪竹圖)는 겨울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게 하고, 솜이불, 화로, 방장, 감자독, 질독 등은 우리의 옛 삶을 회상하게 한다.
이어 2부 '겨울을 쉬어가다'는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온돌방 아랫목에서 즐기는 '쉼'의 시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선 농사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던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정선의 '정문입설도'를 감상할 수 있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갖저고리, 털토시, 털모자, 털장갑 등 전통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겨울옷도 둘러볼 수 있다.
3부 '겨울을 즐기다'는 겨울철 놀이를 다룬다. 얼음낚시꾼을 그린 오승윤(1939~2006)의 '대한'(大寒)과 견지낚시를 재현한 장면 그리고 겨울사냥 도구인 외발창, 설피, 둥구니신 등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던 만큼 시선을 끈다. 대표적인 겨울놀이 도구인 연, 팽이, 썰매, 스케이트 등과 함께 1950년대의 한강 모습을 찍은 한영수의 사진 '한강'도 접할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크리스마스 씰과 카드, 연하장, 달력 등을 통해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7/12/12/20171212174830319479.jpg)
얼음낚시 엽서(서병원 소장)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편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볼거리도 마련된다. '메밀묵~ 찹쌀떡~' 소리를 들으며 눈 발자국을 남길 수 있고, 온돌방에서 인터렉티브 영상 '그림자놀이'도 해볼 수 있다.
천진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겨울 풍속과 풍경을 널리 알리는 자리이면서, 내국인에게는 겨울의 따스함을 추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전시를 통해 '춥지만 지혜롭게 겨울을 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새봄을 기다리는 시간'을 간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