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공교통수단인 지하철이 ‘서민의 발’로서 첫 운행을 시작한 지 43년이 흘렀다. 오래된 역사만큼 지하철의 신속성과 편리성은 꾸준히 향상됐지만, 그에 따른 노후시설 개선 등 재정 투자 수요도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운영기관은 만성적 재정적자로 인해 시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노후시설의 개선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무상서비스 제공은 이런 현상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대 도시 지하철 운영기관의 무상교통비용은 2012년 414억원에서 2016년 5369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 등 6대 도시 지하철 운영기관의 당기 순손실인 8395억원의 66%에 이르는 수준이다.
대표적인 교통 관련 목적세 중 하나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80%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편입돼 교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혼잡, 에너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 쓰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20여년간 대부분 도로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지출된 반면 지하철과 같은 공공교통 안전에 대한 지원은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것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 안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도시철도 무임수송비용 국비 보전을 위한 시민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 승차에 따른 비용편익은 1.4로 100원을 투자해 140원을 얻는 셈”이라며 “지하철 무임 수송보다 경제성이 높은 복지사업은 없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수송에 드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1922억원이다. 반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2362억원이다.
전국 6개 지자체와 지하철 운영기관, 지하철 현장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하철 무상교통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으로의 도시철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안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복지 증진과 노후 지하철 안전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도시철도에 대한 정부지원이야말로 ‘최고 교통복지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무상교통비용 지원을 위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통과돼 시민의 공공복지에 기여하는 지하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