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건설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건설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이미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해 놓았고, 중동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발언'으로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는데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가의 긍정적인 흐름에 힘입어 올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아직까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면서 "다른 나라 건설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금융 조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각종 규제 여파로 그동안 실적을 뒷받침해 온 국내 주택 시장의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해외 실적 확대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고민이 크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시장 호조에 기대어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이미 동남아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놓았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동남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동남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건설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택 시장 호황에 편승해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다가 동남아 진출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기대감이 높았던 중동 지역 수주 역시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이와 관련,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나라 간 경쟁이 치열해 실제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외형 확대와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서는 중요한 사업 부문"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