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과거 남태평양의 일명 '트럭섬'으로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 존재를 최초 확인했다. 또 생전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고백했지만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하기 전 숨진 고 하복향 할머니의 피해사실을 사료로 처음 증명해냈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은 11일 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관리사업' 성과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트럭섬(Chuuk Islands)의 정확한 명칭은 축(chuuk) 제도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 주요기지였다. 많은 조선인들이 기지건설 등에 강제 동원됐다.
이키노호의 승선명부에 따르면 총 368명이 탑승했고 이 가운데 조선인은 249명이었다. 이 명단에는 조선인 여성 26명과 아이 3명의 이름·직업·조직·주소가 적혔다. 연구팀은 명부 중 대구에 주소지를 둔 '히토가와 후쿠준'이 고 이복순 할머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추적에 들어갔다.
이 할머니는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239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트럭섬에 끌려갔다고 밝힌 유일한 증언자였다. 과거 작성됐던 제적등본을 일일이 살펴보고 가족 등 주변인들의 확인을 거쳐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그간 증언으로만 있었던 트럭섬의 조선인 위안부가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와 연구팀은 경북 경산에서 자란 고 하복향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필리핀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의 포로 심문카드 33개를 확보해 사진, 생일날짜, 주소지, 손가락 지문 등을 토대로 역추적하고 지문 일치여부를 따졌다.
서울시는 하 할머니 같이 피해사실을 밝히지 않아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 발굴된 자료를 정리‧분석해 적극적인 실태 파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직 갈길이 멀다"라며 "지속적으로 꾸준한 자료조사 및 발굴·분석으로 역사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