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쇼트 리스트별 인수 시 시나리오는?

2017-12-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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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국내 기업에 주택사업 강점…규모 차이가 걸림돌

CSCEC, 명확한 인수 의지 보여…해외로의 매각은 부담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대우건설 본사 건물에 걸린 대우건설 및 산업은행 간판. [사진=김충범 기자]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추려진 '예비인수후보(쇼트 리스트)' 3개 업체 간의 인수 시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쇼트 리스트에 포함된 업체는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3개 업체다.
물론 이들 업체가 공통적으로 산은이 희망하는 1조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매각가격을 제시한 만큼, 인수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매각이 이뤄질 경우 각 업체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목적이 다르고 이를 둘러싼 여론도 변수로 작용해, 인수 후 흐름역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먼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경우다. 업계는 국내 기업인 만큼 세부 조건만 맞는다면 산업은행이 가장 반길 카드로 보고 있다.

일단 호반건설이 갖춘 외형은 나쁘지 않다. 시공능력평가 13위에 올라 있고, 작년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4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에 사실상 주력해온 기업이라, 역시 분양에 강점을 보여 온 대우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호반건설이 인수하기에 대우건설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당장 양 사는 매출이나 조직규모만 해도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또 해외사업 운영 능력이 사실상 전무한 호반건설이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을 제어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돈다. 시평 3위 업체 직원들이 13위 업체에 흡수된다는 점도 자칫 불협화음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CSCEC는 연매출 112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의 건설사다. 해외건설 노하우가 풍부한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은 물론, 국내 중국 자본 진출의 활로를 뚫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CSCEC는 국내에서 제주드림타워, 정동진 차이나드림시티 등 사업장의 시공을 맡고 있다.

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풀리는 데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PAG는 웨이지안 샨(Weijian Shan) 회장 이끄는 중국계 PEF로 약 2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PAG의 펀드 구성은 경영권 이전에 집중하는 프라이빗 에쿼티, 부동산, 절대 수익 등으로 이뤄진다.

PAG는 지난 2015년 국내 유명 완구기업인 영실업을 인수했고, 대성가스산업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인수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국내 기업 M&A에 대한 감을 충분히 익혔다.

하지만 PAG가 끝까지 본입찰에 나설 지는 의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의 업황이 좋지 않아 대우건설 주가도 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산업은행과도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더욱 이질적인 해외 PEF와의 협업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이 PAG나 CSCEC로 인수될 경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산업은행이 우량기업의 국부 및 기술 해외 유출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호반건설을 포함한 이들 세 업체가 모두 산은이 원하는 수준의 매각 희망가액을 공통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도, 산은의 우선협상자대상 선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 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 이후 대우건설의 지속적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할 경우 현실적으로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호반건설이나 CSCEC에 대해 저울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문제는 산업은행이 CSCEC를 고려하는데 있어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싼 값이라면 국내에 팔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술 유출 논리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 상승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PAG는 모르겠지만 CSCEC는 다른 쇼트 리스트 업체들보다 비교적 명확한 대우건설의 업계 인수 의지와 목적을 갖고 있다"며 "건설 분야는 소비재와는 달라 해외로 매각된다 해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적다. 일정 궤도에 오른 건설사일 경우 시공 능력 등의 기술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CSCEC가 필요로 하는 것은 대우건설의 풍부한 해외건설 네트워크일 것"이라며 "쌍용건설의 사례처럼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신뢰관계만 뒷받침된다면 해외로의 인수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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