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6개 아세안펀드에 연초 이후 들어온 돈은 2014억원에 이른다. 아세안펀드 전체 설정액은 현재 4080억원으로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연말로 사라지는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다.
수익률도 괜찮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아세안펀드는 올해 26%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B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16% 수익을 거뒀다. 한화자산운용도 아세안펀드를 출시했지만, 아직 설정 1개월 미만이라 집계에서 빠졌다.
아세안펀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증시 우량주에 투자한다. 해당 지역은 6억4000만명에 이르는 인구 덕에 내수가 탄탄하고, 원자재가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증시 상승국면을 세 단계로 나눈다면 아세안은 1단계에서 이제 막 2단계에 진입한 정도"라며 "아세안은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 투자자에게 아세안은 좋은 추억보다는 악몽이 많다. 아세안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마다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는 과정에서 위기 대처 능력도 커졌다. 아세안 각국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외환보유액이 2배 이상 늘었다. 주요 아세안국가 부채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를 빼면 외환보유액 대비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재정건전성이 좋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국가는 최근 10년 동안 줄곧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과거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펀드를 설계하면서 위험분산에 역점을 뒀다.
이종훈 팀장은 "시장이 회복세를 보여 자산가치가 올라갈 때는 탄력성 있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종목을 많이 편입하고, 반대로 시장이 꺾일 때는 안정적인 싱가포르 종목 비중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 포트폴리오는 이 나라 3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싱가포르은행(UOB), 화교은행(OCBC)과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담고 있다"며 "3대 은행 건전성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자산운용도 분산투자에 공을 들인다. 싱가포르가 30%,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각각 20%, 필리핀은 10%로 편입한다. 때때로 베트남 우량종목도 담는다.
대개 '환헤지'보다 '환노출' 방식으로 아세안펀드를 설계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양우석 한화자산운용 아시아에쿼티운용팀 부장은 "현지 주식을 바로 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화와 각국 통화 환율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환율 영향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