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타이타닉’에는 영화에서 봤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같은 주인공이 없다. 우리가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평범한 승객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 하나 돋보이지 않는 작품의 구성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사실 영화가 알려지기 전 뮤지컬 ‘타이타닉’이 먼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1997년 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공연은 막대한 제작비와 함께 기대를 모았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해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다섯 개 부문에 입상했지만 누적된 적자를 못 버티고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반면, 같은 해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은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켰으니 아이러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영화와 흡사하다. 배에 탄 승객들의 사연이 소개된 후 타이타닉 호가 빙산에 부딪치면서 선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큰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의 부재다.
영화가 디카프리오와 윈슬렛을 앞세운 남녀 간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조금 더 사실적인 접근을 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임신한 몸으로 홀로 배에 오른 케이트, 신분을 뛰어넘는 결혼을 꿈꾸는 네빌과 클라크 등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다.
주인공이 없다 보니 귓가에 남을만한 솔로 넘버 또한 아쉽다. 하지만 이를 채울만한 배우들의 합창은 한 편의 오페라 같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다. 극 초반부와 후반부에 부르는 남녀 혼성 합창곡 ‘갓스피드 타이타닉(Godspeed Titanic)’은 공연 넘버 중 백미다.
무대 세트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철골로 제작된 좁은 통로가 4층 높이로 설치돼 배우들이 위 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어 마치 대형 선박의 내부 모습과 닮아 있다. 배우들의 빨라지는 발걸음으로 흔들리는 철제 다리 소리는 긴박감과 함께 현실감을 관객에게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연 막바지 수장된 승객들의 모습을 떠다니는 형태로 형상화 한 장치도 인상적이다. 무리한 무대 전환 대신 상징적인 효과로 잔잔한 슬픔을 전한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다. 기성 뮤지컬처럼 난무하는 고음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배우들의 하모니와 쉼 없이 이어지는 넘버들의 향연을 느껴본다면 그 나름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공연은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