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방중을 통해 그동안의 한중간 '사드' 갈등을 완전하게 해소하고 한중관계의 재출발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전망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난 방중으로 사드 문제가 봉합된 것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중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드 압박을 계속하고 있어 이번 방중에서도 사드 문제와 북핵에 대한 중국의 추가 압박이 최대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과거 정부가 저질러 온 중국에 대한 환상과 오판에서 벗어나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고 점검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시진핑 주석과 ‘2세 정치지도자’라는 공통점과 과거의 인연 등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확고하면서도 진전된 한중관계가 기대됐다. 양국정상의 잦은 교류에 이은 박 전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한중관계를 역대 최고에 이르게 했다. 그 때뿐이었다. 중국에 대한 사전 설득없는 전격적인 사드 배치 발표는 이 때까지의 한중관계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당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아무리 위중했다고 하더라도 사드 배치 불가피에 대한 중국 측의 최소한의 이해만 미리 구할 수 있었더라도 사드 갈등이 지금처럼 꼬이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문제는 정책결정라인에 있던 핵심관계자들의 중국인식이 천박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25년간 우리는 적잖은 ‘중국통’들을 만들어냈다. 낙선한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베이징 등 중국의 주요 대학에 초청을 받아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방문학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에 체류하면서 중국을 공부하고 돌아오는 것이 관행이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역시 베이징에서 6개월간 체류하면서 중국의 핵심 외교안보 교수들을 만나고 돌아와 책을 출간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우리의 대중외교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당내 캠프를 이끌었던 송영길 의원도 소문난 중국통이다.
그런데 권력 핵심 주변에 자리잡은 중국통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가보자. 국회복귀에 성공한 김재원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떨어진 후 중국 베이징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 2016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한달여 후인 7월 정부는 사드 배치를 공식발표했다. 중국에 머물면서 그 누구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을 김 의원이 정무수석이라는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대응이나 여러 대책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설득했는지 의문이 든다. 하긴 당시 김장수 전 주중대사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던 핵심 중국통 인사들이 이런 식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데자뷰를 반복해선 안 된다.
방중을 앞두고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서 중국통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상들끼리 사진을 찍고 와서 한 단계 높은 협력관계를 갖기로 했다고 발표해놓고는 뒤로는 전전긍긍하는 식의 과거 정부의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중국과 시 주석을 공부해서 대응전략을 짜야 하고 수도 없이 도상연습을 해야 한다. 미국에 ‘No’ 할 수 있는 자주적 외교역량과 더불어 중국에 대해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지피지기‘ 자세 또한 갖추고 있어야 이 정부가 추구하는 균형외교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2004년 고(故)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한 말이 한중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귓가를 맴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정치권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중국에 산재해 있는 항일유적들을 복원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중국연수를 앞두고 있던 필자는 김 전 총장과의 식사자리에 우연히 참석했다. 그 때 김 전 총장은 필자가 중국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는 "공부는 차치하고 자네는 아직 젊으니까 (중국에 가거든)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딸을 잡아라"고 당부했다. 당시엔 그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하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흘려들었다.
중국연수를 다녀 온 지 한참 지난 후 한중관계가 꼬일 때마다 김 전 총장의 당부가 울림이 돼 들리곤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로운 중국통들에게 요청하고 싶다.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를 잡아라."
아베 일본 총리도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일본을 찾은 트럼트의 장녀 이방카를 국빈에 준할 정도로 극진하게 대접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