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26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곳보다 약 86% 늘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회사의 임원이나 거래처 등 연고관계가 있는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증자방식이다.
주로 경영‧재무구조상 문제가 있어 제도권 은행 대출이 어렵고 실적도 부진해 일반공모를 택하기 어려운 기업이 자금조달의 마지막 수단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비싼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대출이 막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에스맥‧모다‧에이티테크놀러지 등이 '운영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를 냈다. 뒤에도 아이이, 에스제이케이 등 코스닥 상장사가 줄줄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26곳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25개 기업이 자금조달 목적을 '운영자금' 마련으로 밝혔다. 그러나 설비투자 목적의 '시설자금'이나 인수합병(M&A)을 위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을 유상증자 목적으로 밝힌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코스닥이 이달 들어 전날까지 12% 넘게 오르고 거래대금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처럼 자금난을 겪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을 봐도 업종 양극화는 뚜렷해지고 있다. 코스닥에서 제약‧바이오업종 비중은 지난 6일 20.23%를 기록해 사상 처음 20%를 넘었다. 반면 나머지 반도체나 정보기술(IT), 기타 종목은 줄고 있다.
황세운 실장은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이런 방식의 증자가 늘어난다는 건 시총 하위권에 있는 기업이 작년보다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라며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