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가볍게 떠나는 여행, 비움의 연습, 여행의 기술!

[사진=서세라 작가]

여행의 본격적인 즐거움은 짐 꾸리기부터 시작된다. 여행지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며 필요한 옷가지와 몇 가지 생필품을 챙겨 넣는다.

특별하진 않지만 일상적이지도 않은 여행 가방은 낯선 세상을 마주 하는 동안 나의 집이 되어 준다.

영화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훌쩍 떠나 오롯이 온 몸으로 자유를 품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행을 앞두고 가방을 챙기려니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 집어 드는 물건들부터 여행의 낭만을 꿈꾸며 이것저것 담다 보면 자리가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관련기사

• 충남도 안전정책, 전국 무대서 호응

필자의 경우 겨울 유럽여행을 앞두고 가장 먼저 든 고민은 옷이었다. 한 여름에 유럽을 찾았을 땐 얇은 옷 몇 벌이면 충분했기에 작은 여행 가방에 넣고도 공간의 여유와 무게의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겨울은 상황이 달랐다. 두꺼운 겉옷 2개를 꺼내 넣어보니 여행 가방의 반을 차지했다.

여행 중 도시와 도시를 기차로 이동해야 하고,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했기에 가방에 넣을 여벌의 겨울 옷, 목도리, 장갑, 화장품, 기타 여러 물건들을 펼쳐놓고 '넣을 것' 과 '뺄 것'을 선택 해야만 했다.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며 여행 가방의 기본 원칙은 무게와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출발 전 자신의 방에서 며칠에 걸쳐 짐을 싸던 환경과 달리 여행 중에는 좁은 공간에서 수시로 필요한 물건을 꺼내고 때때로 몇 분 안에 풀어 흩어져 있는 짐을 다시 싸야 할 때도 생긴다.

그래서 여행 고수들은 우선 순위를 정해 짐을 최대한 가볍게 꾸린다. 경험을 통해 쌓은 여행의 기술인 셈이다.

언젠가 세계여행에서 돌아 온 부부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오래 여행을 하기 위해선 짐을 얼마나 가져가야 하나요?"

몇 년을 낯선 세상 밖에 있으려면 커다란 배낭과 캐리어 몇 개는 기본이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 달리 그들은 기내용 캐리어 한 개와 가벼운 배낭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해?' 라는 놀라움도 잠시, 부부는 여행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겨울을 피해 대륙간의 이동 경로를 계획했고, 여름, 가을에 입을만한 옷들만 챙겼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넣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었다.

그들처럼 장기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행을 떠남에 앞서 비움이 연습이 필요하다. 가져가고 싶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다. 좀 더 편하고 싶은 마음에 챙기고, 힘들까 봐 챙기는 물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느새 옮기기에 불편할 만큼 무거워진다.
 

[사진=버터플라이]

짐은 말 그대로 짐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해야 할 것은 현지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지, 짐을 풀고 다시 싸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불편할 수 있다. 옷차림이나 모양새를 보고 스스로 궁상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필자 또한 그랬다. 세안 후 바르는 화장품은 간소했고 입던 옷은 하루 걸러 또 입었다. 다른 날 찍은 사진임에도 사진 속 옷은 동일했고, 여행 내내 한 개의 신발만을 신었다.

하지만 가방이 가벼우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조급함도 덜했고 주위를 둘러보며 걷다가 그대로 잠시 쉬면 그만이었다.

여행에서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눈과 마음으로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여유는 넘치도록 챙겨도 가방의 무게는 늘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비단 여행 뿐일까.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움의 연습, 좀 더 가벼워지려는 삶의 연습이 필요하다. 무언가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기 보단 다양한 경험에 가치의 무게 중심을 둔다면 비울수록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는 더 풍성해 질 것이다.

/글=서세라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세이투어넷 #여행을말하다 #여행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