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적인 제재를 강화할 이번 조치는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등 외신은 이날 전했다.
◆ 수단, 시리아 등 이어 4번째 테러지원국 지정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지속했지만, 동시에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았다. 게다가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면서 북핵을 둘러싼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미국과 북한 양국 관계는 당분간 다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은 핵무기로 전세계를 위협할 뿐만아니라, 국외에서 암살을 저지르는 등 국제적인 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해왔다"면서 “테러지원국 지정은 북한과 또 주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처벌을 부과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우리의 압박을 최대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고 재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조치는 이미 오래전에 취해졌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 관리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한 것이 테러행위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 역풍 일으킬 수도…공화당 환영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전 정권의 국무부 고문을 지냈으며, 현재 미국 로펌 스텝토 앤 존슨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브라이언 에건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게는 정치적으로 매우 상징적인 조치"라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수위에 큰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국제적인 테러행위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충분치는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의회에서도 그동안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과연 북한이 국제적 테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지속돼 왔다.
공화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났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지난 한해 동안 김정은 정권은 화학무기를 사용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무참히 암살하고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까지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비난하면서 이같은 사건들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를 "수사적 진전이 있었을 뿐이다"라면서 북한의 무기개발을 실질적으로 막는 것과는 상관없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조치가 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새로운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지역적 긴장이 훨씬 높아질 수 있으며, 북핵을 둘러싼 중국과의 협력관계에 손상을 입할 수도 있다고 미국의 한 정보부처 관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대화의 창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를 여전히 외교를 통해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일 재무부가 발표할 추가제재가 상징적 조치이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재의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를 금지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걸어 나와 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상황이 더욱 안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