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내린 1101.4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30일(1101.30원) 이후 가장 낮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역외환율이 급락한 영향으로 5.8원 하락한 1106.5원에 개장했다. 장 개시 전 한국과 캐나다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원화 강세 분위기가 조성됐다. 양 국은 15일(현지시간) 무제한·무기한 형태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환율은 하락 출발한 후 1005원선에서 횡보하다가 추가 하락하면서 1100원선을 하회했다. 장 막판에는 롱스톱이 나오며 일부 하락폭을 줄였다.
달러화 하방 경직 요인이었던 미국 세재개편안 기대가 약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높였다. 공화당이 상원 재무위원회에 제출한 수정안에 오바마케어 개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폐지 조항이 추가되며 연내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장 중 당국의 개입 경계심은 여전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간밤에 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있었다"며 "정부는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과도한 쏠림현상이 없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제한되지 않자 시장 참가자들의 하락 베팅이 강하게 나오면서 낙폭은 더 커졌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장 막판에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들어온 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9월 28일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11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해왔다. 그러다 이달 7일 연저점인 1110.50원을 찍은 후 이날 1101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환율이 하락한 것은 여러 요인이 결합됐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3% 달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펀더멘탈 측면에서 원화 강세가 추세가 강화됐다. 원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중 통화스와프가 완만히 연장되고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역시 완화되며 중국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원화 강세 압력을 계속 받는 와중에 연저점 부근이라서 당국 개입 경계감과 작전세력 등으로 인해 하단이 막혔다"며 "장 종료 2분 전에 기재부에서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오며 1100원대가 잠깐 깨졌다가 다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무거운 장세가 불가피하다'라며 "지난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1090원선 테스트를 받았는데 아마 다음 레벨이 1090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진 데다 경제지표를 보면 강달러를 지지하는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달러-엔 역시 추가 하락이 제한되며 반등을 모색하는 것을 고려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