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로 큰 흥행을 거뒀던 신원호 감독이 이번엔 ‘감옥’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돌아왔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신원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에 응답할까.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3층 에메랄드 회의장에서는 tvN 새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이우정,정보훈 / 연출 신원호)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신원호 감독은 드라마 흥행 요인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신원호 감독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가 잘 된다면 다양한 이야기들과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며 “굉장히 많은 수에 인생 이야기들을 보게 되고 그만큼의 연기색깔을 보게 되고 캐릭터를 보게 되는 것 같다. 큰 틀에서 굉장히 좋은 모자이크를 보고,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봤다고 느껴주신다면 흥행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던 ‘감빵생활’의 주인공은 배우 박해수가 맡았다. 다소 생소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낙점됐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신 감독은 “배우 찾는 기준은 일괄된다. 저희가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가장 부합할만한 스스로의 캐릭터나 외형을 갖고 있는 사람, 거기에 걸맞는 연기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소위 A급이라는 스타들이 된다고 하면 캐스팅이 된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에 찾다보니 통상적으로 찾다보면 신인급이나 인지도가 크지 않은 분들을 찾게 되더라. 그 레이더망에 걸려드는 게 늘 신인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큰 마음을 먹었다. 유명하신 분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분들을 만나면 우리가 주눅들게 되더라”며 “저는 인간적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질문들을 하기에도 그렇더라. 편한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파악하기 쉬워서 그런 것 같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특히 박해수에 대해 “이우정, 정보훈 작가가 좋아하는 배우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올해 초 연극을 보러 갔다가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배우다. 각자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이우정 작가와 ‘그냥 하자’라고 했다”며 “김제혁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외모와 연기력도 훌륭하다. 인성도 좋았다. 김제혁의 무게감이 굉장히 크다. 박해수가 결정되니까 인지도가 큰 분들이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응답하라’는 남편 찾기라는 큰 줄기가 있었다. 그러나 ‘감빵생활’에는 남편찾기와 같은 장치는 없다. 신 감독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는 강력한 장체로 들고 간게 아니다. 보면 알텐데였다”라면서 “사실 퀘스천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게 시청률을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남편 찾기도 그런 것에 일환이었다.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하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일이 커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게임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게 됐다. 어쨌든 남편찾기 같은 구조가 들어올 곳은 없다. 암울할 정도로 남자들만 나오는 드라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쉼 없이 퀘스천을 던져드리면서 답을 드리는 구조인건 맞다”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감빵생활’의 장르 결정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각자 생각하는 게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붙인 게 ‘블랙코미디’다. 듣기에 ‘감옥’하면 불편하고 우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그림 자체도 썩 산뜻하진 않다”면서도 “그 안에 유머러스함이 없다면 굉장히 갑갑할 거란 생각이 들었고 우리 자체가 웃기지 못하면 태생적으로는 살 수 없다. 그렇다고 깔깔거리는 형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좀 씁쓸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아서 붙인게 ‘블랙 코미디’로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리즈 계획에 대해 “‘응답하라’의 경우도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할 생각이었다. ‘감빵생활’ 역시 시리즈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트 자체도 큰 규모로 짓다보니 ‘응답하라 1988’ 때도 세트를 부수면서도 우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이번 작품 역시도 세트를 부술 생각하면 눈물나고 아깝지만 그것 역시도 반응이 좋고 호응이 있어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회사에서 잘되면 하라고 할 거다. 자동적으로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감옥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감옥 생활이라는 게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보니 금기의 공간, 그 속의 이야기들이 나갈 일들이 없었던 것들이라서 최소한 신선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감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자 미화라는 염려에 대해서는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굴곡진 인생 그래프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다양한 인생들을 시청자 앞에 가져다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들의 인생이 감정 이입을 하다보면 미화되지 않겠냐는 걸 걱정해주시는데 저희 역시도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만들고 있는 지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재소자 뿐 아니라 교도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볼거다”라며 “감옥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고 그 분들과 연결된 에피소드들이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수 캐스팅에 이어 정경호 캐스팅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신 감독은 “박해수가 김제혁이라는 캐릭터를 하게 되면서 꿈꿔왔던 캐스팅이 모두 사라졌었다. 박해수가 주연 자리에 서게 되면서 관례상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을 밑에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생각하기 쉽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정경호라는 친구는 저나 작가들이 모두 좋아하지만 10년을 주연으로 했던 배우인데 극중 이준호라는 교도관 역할에 당연히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고 그래서 만났었다. 만나보니 정말 좋은 친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본인은 하고 싶어 하더라. ‘아니다. 좋은 기회에 하자’고 거절했는데, 아무것도 상관없으니까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예뻤다. 극중 이준호라는 인물이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캐스팅이었고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뒤늦게 캐스팅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무 좋다고 했고 긍정적인 열의에 너무 감사했다. 기꺼이 와줘서 지금도 참 고맙고 좋다. 이렇게 바르게 자랄 수 있나 할 정도로 바른 친구라서 좋은 에너지가 돼 주고 연기자들, 스탭들 모두에게 좋은 기운을 풍겨주는 친구라서 너무 잘된 캐스팅이라 생각한다”고 정경호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칭찬을 늘어놨다.
신 감독은 “김제혁이라는 친구가 감옥을 살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희망찬 감성을 아셨으면 좋겠다”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언급했다. 오는 22일 밤 9시 10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