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현재 진행 중인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를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키로 하는 한편 가스·철도·항만·전력 등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9개의 다리 전략'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 간 논의를 더욱 심화하기로 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이용할 수 있게 통관 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 등을 요청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의 투자 특혜계약이 내년에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향이 있다"며 사할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극동지역 조선업 현대화사업, 수산물·농산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한반도 인접 국가인 만큼 한반도의 안정은 러시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간 실질 협력과 대(對) 아세안 관계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양국이 정치·경제·인적교류는 물론 인프라와 교역 분야에서 긴밀한 파트너 관계로 발전해 왔음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싱가포르 FTA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양국 모두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혁신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싱가포르가 추진 중인 '스마트네이션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함께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선진국인 한국과 협력의 여지가 많은 만큼 앞으로 양자 뿐만 아니라 한·아세안 차원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 등 대(對) 아세안 관계 강화 방침을 설명하면서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이자 아세안의 핵심 허브 국가인 싱가포르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내년도 아세안 목표인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고, 리 총리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마닐라 시내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한 연대의 힘으로 평화, 번영, 발전의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앞에 놓인 보호 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 양극화, 고령화,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도전들을 극복해나가자“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공동의장국으로서 역내 위기대응 역량 강화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올해 아세안+3 비상쌀비축제(APTERR)를 통해 쌀 750t을 지원했다며 앞으로도 관련 협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토대로 평화적인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회원국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또 내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일본 도쿄(2020년)·중국 베이징(2022년)으로 이어지는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동아시아 공동체 번영 추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마닐라 선언'이 채택됐다.
정상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계속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필리핀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7박8일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