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하루 시차를 두고 귀국길과 출국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7박8일간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한다. 추 대표는 14일 4박6일 일정으로 한·미 동맹 강화 및 북핵 해법 논의차 워싱턴으로 떠났다.
과제는 산적하다. 이른바 ‘순방 징크스’가 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당·청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직후 여의도 정국은 정부의 ‘MB(이명박 전 대통령)발 정치보복론’을 비롯해 정부의 인사 난맥상, 측근발 금품수수 의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MB발 정치보복론에 보수대통합…文대통령 쐐기 박나
문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적폐 청산’을 둘러싼 파장이다. 여·야 갈등을 넘어 한반도 전역이 보수와 진보로 두 동강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직전, 현 정부의 적폐 청산 작업에 대해 “정치보복·감정풀이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국은 즉각 ‘노무현 대 이명박’ 프레임 구도로 빨려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귀국 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보수대통합’ 출국 메시지를 계기로 보수진영도 단일대오 형성에 나서면서 정국이 한층 요동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전면전을 예고했던 자유한국당의 13일 의원총회는 예상 밖으로 조용했다. 홍 대표는 이날 “어제(13일)부로 우리 당에 계파는 없어졌다”며 “더이상 계파 활동은 당원과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계파 종식’ 선언에 나섰다.
MB발 보수대통합 시그널 이후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위한 실무 작업에 나섰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측근이자 친이계인 조해진 전 의원은 전날 각각 한국당행에 몸을 실었다. 보수진영의 총궐기가 시작된 셈이다. 귀국하는 문 대통령의 적폐 청산 발언 수위에 따라 여·야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난맥상에 발목…법안 성과·지지율 60% 관건
암초는 이뿐만이 아니다. 측근발 비리 의혹도 골칫거리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연루 의혹을 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턱밑까지 겨냥했다. 전 수석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측근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다만 ‘검찰 소환설’을 시작으로, 청와대 내부 권력다툼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와대 및 여권 핵심부에서도 ‘자진 사퇴’ 등 전 수석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류다. 전 수석이 낙마할 경우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오작동 논란’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지난 대선 당시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인사 난맥상도 난제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은 불발됐다. 보고서 채택 1차 시한(제출 날로부터 20일)은 이날(지난달 26일 제출)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뒤에도 채택 불발 땐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경우 공백 상태인 헌법재판소장과 감사원장 후속 인선 등 ‘도미노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관과는 달리, 헌재소장과 감사원장은 국회 임명동의(과반 출석·과반 찬성)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 난맥상에 발목을 잡힐 경우 429조원의 초슈퍼예산 및 개혁 입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국은 △당·청의 여소야대 타개 △홍종학 등 인준안 처리 △대통령 지지율 60% 방어선 등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순방은 만족스러웠지만, 문제는 ‘국내 정치’”라며 “국민의당과의 협치 통한 법안 통과 등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경제로 귀결한다. 연말·연초 정국 땐 ‘경·북·공’(경제·북한·공공개혁)에서 평가가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