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자의적 해석의 함정

201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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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장]

지난 10월 20일, 1조원 이상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재개 여부 4차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발표를 앞둔 시점.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시청 청사 앞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의견을 종합해 ‘공사 재개’를 발표하자 일부 주민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당혹해했다.

발표 뒤 공사는 5일 만에 재개됐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간 80여일의 공사 중단으로 산업계가 입은 손실은 무려 1385억원에 달한다는 보고다. 공론화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긴 안목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에너지 정책을 공론화에 맡기는 게 옳은가라는 점이다. 또 탈원전에 동의한 비율은 13.3%에 불과함에도 공론화위가 이를 지속 추진할 것을 권고한 것도 논리의 비약이란 주장이다.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와 현상 유지·확대의 비율이 ‘55대45’였다는 근거는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울산의 한 주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힐난했다.

정부가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2022년, 영국은 2025년에 원전이 가장 비싼 발전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균등화발전단가(LCOE)'를 근거로 든 것인데, 한 언론이 이를 분석한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왔다. 같은 보고서를 놓고 다른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자의적 해석을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학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부실한 근거 위에서 짜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남발한 뒤 실책이 밝혀지면 국민의 이름으로 덮어버린다"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국회 연설을 두고도 자의적 해석이 난무했다. 정부와 언론은 ‘트럼프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그의 연설에 대해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국과 일치된 입장만 강조했다. '트럼프가 한국에 와서 순한 양이 됐다', '북한은 지옥 말하고 떠난 트럼프', '트럼프 밥상의 독도새우' 등의 내용이 또한 주를 이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트럼프 방한을 민족 자존심과 정권 찬양으로 포장하는 데 치중했다고 한다. 트럼프 연설의 본질을 보지 못한 자의적 해석이란 얘기다.

그들은 북한 관련 강의 교재에 넣고 싶을 정도라 평가하는 트럼프의 명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무서운 경고'를 보지 못했거나 설령 알았다 해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라 한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전한 내용은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와 맞서 자유를 지켜냈고 그 자유를 근거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며 복지를 향상시켰다. 지금 문명세계가 단결해 북한정권을 단죄하는 데 미국이 앞장설 테니 한국이 빠져선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했다. 즉, "지금 북한 핵문제가 대두됐는데 한국은 뭐하고 있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지난달 북한에 피랍됐다가 엿새 만에 풀려난 수수께기 배 '391흥진호',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최순실 태블릿 PC', 무속신앙 논란으로 이어진 '세월호 참사'.

이 모두는 사실 확인은 뒷전인 채 자극적인 단어로 자의적 해석을 쏟아내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자의적 해석을 한 상황에서 외면하는 형국이다.

자의적 해석은 자신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투영해 정당화한다. 그리되면 정보의 정확성을 벗어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진실할 수도, 공평할 수도 없다. 결국 무서운 재앙이 될 수 있다. 그것이 현재 진행형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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