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업구조조정 업무의 중심에 있는 산업은행이 부실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입장과도 상반된 기조다. 이 같은 딜레마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및 기간·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사 간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청원경찰 등 기간·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올해 9월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6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노사 간 논의 뿐 아니라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인원 승인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선 노사 협의기구 구성원이 너무 사측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조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전문가는 산업은행과 기업구조조정 추진 등에서 밀접한 관계인 법무법인 및 노무법인 등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인사부서에서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번 논의도 시간 싸움일 뿐 결국 원만하게 합의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인력 조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일자리를 유지한 채 부실 기업이 회생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의지와 상관 없이 정부 기조에 반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앞선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간의 인력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이 크게 배치되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비용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많이 해 인력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겠다는 말도 전했다.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 이후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된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앞으로도 꾸준히 채권은행을 대표해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첫 단추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에 나올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이 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관계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이동걸 회장이 임기 동안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절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