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또 다시 한국 기업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대형 가전업체로 최근 '중국제조 2025' 등 산업 선진화와 지속가능한 동력찾기에 앞장서고 있는 메이디(美的)다.
메이디는 지난달 말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예비입찰에 참여해 현재 터키 베스텔, 대유그룹의 대유위니아 등과 함께 실사 중이다. 최근에는 신생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웨일인베스트먼트도 인수의사를 밝혀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메이디는 1898년에 설립된 독일의 전통있는 기업이자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인 쿠카(KUKA)를 '꿀꺽' 삼키면서 글로벌 시장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막강하다. 1968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탄생한 메이디는 현재 세계 곳곳에 200여곳의 자회사와 60여개의 해외지사, 10곳의 전략사업부를 두고 있는 중국 대표 기업이자 세계적인 가전업체다. 에어컨·냉장고·전자레인지·전기밥솥·믹서기·공기청정기 등 200여종의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소형가전 분야의 최강자다.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싱글데이)에서 전년 동기대비 70% 급증한 45억 위안(약 758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형가전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포브스가 선정한 '2017년 2000대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는 335위에 랭크됐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와 기업간 협력,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며 전통 제조업의 파이를 늘리고 첨단 기업으로 변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우선 쿠카 등 인수로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다. 과감한 인수로 단순 가전업체에서 글로벌 IT 업체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산업용 로봇 대표 기업인 야스카와 전기와 설립한 조인트 벤처를 통해 지난 8월 간호용 로봇도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2014년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를 전략적투자자로 삼아 경쟁업체인 거리전기의 심기를 건드렸고 최근에는 텐센트 국민메신저 QQ와 전략 협약을 체결하고 사물의인터넷(IoT) 기술 등에서 심층적 협력을 약속하며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도시바의 가전 사업부, 이탈리아 에어컨제조업체 클리베를 인수해 핵심 사업인 가전 관련 기술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특허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60억 위안, 2012년 이후 누적 투자액은 200억 위안을 웃돌며 4000여명 이상의 고급인력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 1996년부터 최신기술과 신제품을 공유하고 동시에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커지웨'(科技月·과학기술의 달) 행사로 혁신 발전을 재촉하고 있다.
실적도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지난달 공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62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60.58%, 순이익은 42억 위안으로 26.43% 급증했다. 1~9월 매출은 60.64% 늘어난 1869억4900만 위안(약 31조5215억원), 순이익은 149억9800만 위안으로 17.1% 증가했다.
쿠카 인수가 매출 급증에 큰 영향을 줬다. 1~3분기 쿠카가 메이디에 안겨준 매출은 27% 늘어난 198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와 소형 가전제품 시장에서 확보한 단단한 시장 기반, 축적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에어컨 시장 1위이자 경쟁업체인 거리전기를 '전면초월' 하자는 전략을 내세우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 것이 주효했다. 올 1~3분기 가정용 에어컨 매출은 700억 위안, 여기에 에어컨 서비스 매출을 포함하면 1000억 위안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메이디의 가정용 에어콘 관련 매출은 667억8000만 위안에 불과했다.
광군제에서 월등한 실적을 거둔데다 12월 쇼핑 세일시즌이 남아있어 올해 총 매출 2300억 위안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메이디 매출은 1598억4400만 위안 위안, 순이익은 158억6200만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