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총수는 질의응답에서 경쟁사 ‘구글’이라는 단어를 14차례 사용했다. 이 총수는 답변과정에서 네이버의 정당성을 설명할 때면 어김없이 ‘구글’을 끌어들였다.
네이버의 총수가 네이버에 대한 질의를 받는데 네이버 이야기는 하지 않고 구글 이야기만 반복했으니, 질의를 던지던 국회의원들도 황당했을 것이다. 국감을 지켜보던 IT업계 관계자들은 이 총수가 언제 구글로 이직했냐는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네이버를 가장 잘 아는 총수는 네이버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면 그만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회사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 총수가 국감 내내 주장한 역차별 문제와 과세 문제는 공정위와 같은 경쟁당국이 손을 봐야 할 영역이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아 출석한 자리에서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그저 네이버의 물타기 시도일 뿐이다.
보다 못한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답변하는 과정에서 자꾸 구글을 이야기하는데 구글이나 아마존이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고, 거기는 괜찮고 네이버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총수에게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하라는 취지로 다그치는 장면도 있었다.
정태옥 의원(자유한국당)은 네이버가 검색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폭리를 취하고 불법광고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이 총수는 “국내에선 구글이 점유율이 적기 때문에 우리가 공격 타깃이 되고 있지만, 구글이 1등인 나라에 가면 관련된 것이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며 “국내에서 구글 코리아가 깨끗해 보이는 것은 점유율이 적어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질문과 무관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지상욱 의원(바른정당)은 이 총수에게 “구글이 1등 하는 나라에 가면 네이버와 같다고 주장한 논리는 잘못된 논리이고, 그것은 이용자를 상업적으로만 생각하고 이용하는 행위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해가지고 세계 무대에서 구글을 이길 수 있겠나 걱정된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구글 핑계론'으로 일관하던 이 총수는 중국 사례를 들며 구글과 같은 미국기업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총수는 "유럽이나 중국은 구글과 같은 미국기업과 경쟁해 살아남게 하기 위해 자국 기업을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법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제국가의 대기업 총수가 공산국가의 사례를 선례로 드는 것도 드문 일이다. 최근 중국은 공산당대회를 열고 국유기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유기업을 우대하고 민간기업을 차별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기조라며 외신이 비난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경영자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고,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걱정하는 상황이다.
중국처럼 정치와 경제의 분리가 불가능하고, 인터넷 정보를 통제하는 공산국가의 사례가 네이버가 주장한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에서 살아남아 경쟁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