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한국 오페라계, 성악가의 영토 넓어져야

2017-11-0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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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찬바람이 쓸쓸하게 부딪히는 느낌이 한 해를 보내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게 한다. 올해 우리사회에는 많은 아픔과 변화가 있었다. 격동과 격랑의 시간을 통해 새정부가 탄생했고 순항하고 있는 듯하다. 이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하기를 종용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변화와 발전을 위한 시도들로 꿈틀대고 있다.

권력이 바뀌면 새로운 가치관에 어울리는 사람들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화예술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꿈틀대는 흐름 속에서도 문화예술계, 특히 필자가 속한 공연예술계는 아직까지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유독 더디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이번 정부이지만 문화예술의 현장에서는 그 변화의 바람이 일지 않고 잔잔하다. 물론, 사람만 바뀐다고 적폐가 청산되거나 구습이 연장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사람을 바꾸는 이유와 목적이 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칼럼에서 예술의전당을 자주 언급했다. 그곳이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도 이제는 대관, 임대 중심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새로운 예산이 필요하다.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는 전당과 독립돼 사장이 아닌 예술 감독의 독립적인 기반 위에 운영될 필요가 있다. 예술의전당과 우리나라 공연예술계를 위해 선행돼야 할 부분이다. 시스템화하자는 것이다.

오페라극장을 오페라, 발레 등을 공연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이 극장 중심으로 운영돼야 비슷한 업무를 하는 각 단체 사무국이 통합돼 효율적인 전문성이 갖춰지리라 생각한다.

내년은 우리나라 오페라 70주년이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 헌신·기여한 사람들이 중심이 돼 기념행사가 치러져야 할 것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담당 공무원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몇 번의 공연도 하지 않은, 역사가 길지 않은 민간오페라단들이 기획사처럼 단체를 만들어 지원금 등으로 운영돼 오다가 오페라 70주년이라고 잔치를 벌이려고 한다. 그들이 우리나라 오페라 70년에 무슨 역할과 공헌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미 고인이 되신 오페라 선배님들이 기뻐하실지 궁금하다. 문체부도 이 일에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도종환 장관에게는 국립오페라단을 성악계에 돌려주기를 염원한다. 오페라계에선 성악가들이 80~90%를 점유할 정도로 대다수다. 몇 년 전 한 문체부 공무원에게 성악가가 단장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피력했었지만 ‘성악가들은 서로 싸워서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도 그렇게 싸우는데, 그런다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다른 분야에서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나라 오페라계는 70년 동안 성악가들이 중심이 돼 이끌어 왔다. 오페라를 위해 성악계 원로 선생님들의 목숨을 건 헌신이 있었기에 현재의 70년 된 역사를 가진 오페라가 존재하는 것이다.

오페라계의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 김학민 단장의 지난 국립오페라단은 영토를 잃은 성악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오페라계에서 성악가의 영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 얘기가 너무 많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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