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얼어붙었던 한·중 양국 관계로 인해 위축됐던 관광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최근 중국의 새 지도부 출범에 한·중 관계도 해빙 무드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를 앞둔 지난 13일 양국 간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성사되고, 당대회 폐막일인 2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2년 만에 열리는 등 변화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는 한류스타들의 중국 드라마 및 공연 무산 등 간접적인 보복을 해오다 지난 3월 15일부로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했다.
방한 관광 시장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인 관광객을 하루아침에 잃은 국내 관광시장은 밑바닥까지 추락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한국 관광 금지령이 떨어진 직후인 4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60% 이상 급감했고, 방한 관광객 수가 최종 집계된 9월까지도 여전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방한 관광시장 다변화, 무슬림 정책, 국내 관광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최근 19차 당대회를 계기로 여행업계의 주가가 오르는 등 좋은 변화가 감지되면서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 회복'에 기대감을 더했다.
실제로 올해 최저 7만7300원(8월 11일)까지 떨어졌던 하나투어의 주가는 당대회 이후인 27일 기준 9만7300원으로 올랐다.
2만4150원(9월 29일)까지 내려갔던 모두투어는 27일 2만9200원으로, 7450원(9월 7일 기준)까지 떨어진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27일 가격제한폭(29.98%)까지 치솟은 1만450원으로 각각 올랐다.
중국의 한 지방 여행사가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했고 중국의 한 여행사가 일부 호텔들과 온라인 상품 판매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일련의 소식들도 관련 업계의 관광시장 활성화 기대에 힘을 실었다.
관광 전문가들은 다만 이런 상황이나 조짐만으로 당장 중국인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조언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그간 이뤄졌던 관광 보복은 사상 최고 수준인 만큼 일련의 상황만 놓고서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더구나 중국 정부는 한한령에 대한 공식 해제 지침을 내리지도 않았고 우리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갑자기 늘어난 상황도 아닌 만큼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없으면 방한 관광시장은 침체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하루빨리 관계가 개선돼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당대회 이후 현지 여행사들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한 이후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처럼 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관광 보복을 철회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관광 시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