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서원터에서 발견된 영국사 혜거국사비 비편(왼쪽)과 그 탁본 [사진=문화재청 제공]
서울 도봉구에 있는 '도봉서원' 터에서 그동안 탁본의 일부만 전해지던 영국사(寧國寺) 혜거국사비(慧炬國師碑)의 비편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도봉구청(청장 이동진)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스님)가 조사하고 있는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에서 길이 62㎝·폭 52㎝·두께 20㎝의 영국사 혜거국사비 실물이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서울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도봉서원은 선조 6년(1573년) 정암 조광조(1482~1519년)를 기리기 위해 옛 영국사 터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던 곳으로,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된 뒤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약 260여 년간 유지됐던 서원이다. 지금은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선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중심 건물지에서 고려시대 금동제 금강저(金剛杵,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용구)와 금강령(金剛鈴, 금강저에 붙은 방울) 등 국보급 청동 불교용구 77점이 출토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존에 전해오던 탁본엔 88자의 비문만 써 있었고, 실물은 확인되지 않아 혜거국사비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발굴을 통해 비석에 쓰인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 글자가 지금까지 '영동지륵산영국사'로 잘못 알려졌던 혜거국사비의 출처를 분명히 알려준 증거가 됐다. 또 영국사 혜거국사(慧炬)가 갈양사 혜거국사(惠居, 고려 최초의 국사)와 동일인물로 혼용돼 왔으나 동시대를 함께한 동명이인인 것도 명확해졌다.

도봉서원 터에서 발굴된 유물들 [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측은 "영국사 중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전하는데 지난 발굴조사에서 효령대군이 영국사가 중창될 당시 대시주한 사실이 기록된 기와가 확인된 바 있다"며 "세종 때에는 진관사(서울 은평구)의 수륙재(水陸齋, 물과 육지에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기 위한 불교의 의식)를 영국사에서 거행하는 것이 논의됐으며, 세조의 축수재(祝壽齋, 임금 등의 장수를 빌기 위해 부처에게 올리는 공양)를 봉행할 정도로 사세가 높은 사찰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