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난 10년간 노동 소외되고 배제돼…노동계와 정부 간 국정파트너 관계 복원 시급"

2017-10-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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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초청 만찬, "노동분야 국정 목표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건배사를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2017.10.24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노동계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지난 10년 정도 우리 노동은 아주 소외되고 배제됐으며,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노동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그로 인해 노동계 전체로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많이 떨어졌고, 노동자 개개인의 삶도 아주 나빠졌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고, 양극화도 아주 격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우리 사회를 비정상적으로 만든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했던 공약들을 전부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는 대통령이나 정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함께 해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노동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동분야에서 새 정부의 국정 목표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역시 대통령과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가 함께 해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면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입장은 달라도 큰 목표는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노동계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력하고 또 대통령을 설득해내야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만남은 노·정이 국정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도부가 만찬 참석을 거부한 데 대해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환담 장소와 만찬 메뉴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이날 만남을 준비했지만 민노총의 불참으로 빛이 바랬다.

문 대통령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참석자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45분간 비공개 환담을 했다.

환담을 마친 노동계 참석자들은 만찬 전 티타임에 참석했다. 티타임에 나온 차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이 붙은 차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자 평창의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 꿀을 섞어 만든 차로, 청와대는 노사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VIP가 오면 선물용으로 주려고 만들었는데 저도 오늘 처음 맛봤다"고 말했다.

간단하게 티타임을 마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박대수 한국노총 부위원장(오른쪽)과 건배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건배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2017.10.24 [사진=연합뉴스]



김주영 한국노총 우위원장은 이날 만찬 인사말에서 "여기 오기 전 대통령께 '8자 회담' 의미를 말씀드렸다"며 "(성숙될 부분이 성숙된다면) 대통령께서 그 길을 주재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렸다"고 말했다.

만찬장에 도착하기 전, 본관 접견실에서 가진 티타임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8자 회담'을 재차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우리 노동자들을 국정 파트너로 말씀해주시는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또 대통령에 취임하시고 그동안 많이 어려웠던 문제들, 특히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2대 지침(공정인사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문제, 근로시간 단축의미도 밝혀주셨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에 관한 부분도 설명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한민국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 그 길에 동참해 대한민국이 한단계 더 성숙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함께 참석한 다양한 분야의 노조들을 언급한 뒤 "서로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내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대한민국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특히 레미콘을 비롯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 그분들이 좀 더 힘을 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우리 운수업계, 우정 동지들, 그리고 특례에 묶여있는 업종들에 계신 분들이 근로시간이 줄어들어서 저녁이 있는 삶들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앞으로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 ILO(국제노동기구) 100주년"이라며 "2019년에는 좀 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큰 의견들이 모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건배사로 '노발대발'을 외쳤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며 “한편으로는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이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 위원장이 '노발'을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이어 '대발'을 외쳤다.

참석자들은 전북 고창의 복분자로 만든 술인 '선운'으로 건배했다.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노동계 만찬'에서 제공된 추어탕. 청와대는 '전태일 열사 이후 노동계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청계천에서 8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음식점인 '용금옥'에서 조리한 추어탕이라고 밝혔다. 2017.10.24 [사진=연합뉴스]



만찬의 메인메뉴는 추어탕이었다.

추어탕은 청계천 옆에서 80년 넘게 운영돼 온 용금옥 식당에서 '공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계천은 노동계의 뿌리이고 정신인 곳으로 전태일 열사 등 노동계 인사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곳"이라며 "이곳에서 공수한 서민의 가을철 보양식 추어탕은 상생과 화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가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밥도 식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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