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남아에 눈을 돌리면서 우리나라가 구상 중인 ‘포스트 차이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주요 수출지역으로 물색 중인데, 중국 텃세가 심해질 경우 시장공략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남아시장 진출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시 주석의 1인 집권체제가 굳어지면서 유라시아뿐 아니라 동남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이 휘청대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거리, 시간, 소비성향 등 모든 부분에서 우리 기업 진출 환경이 좋다. 다만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동남아 진출 러시는 우리 정부를 당혹게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 동남아 수출은 약 750억 달러다. 이는 전체 수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에 이어 2위 수출시장인 셈이다.
지난해 동남아 신규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신규투자는 64억 달러인데, 미국에 이어 한국의 해외투자 2위가 바로 동남아 지역이다.
또 한국인 방문지역 1위, 한국기업의 해외생산기지 구축에서의 높은 선호도 등이 동남아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동남아 시장은 자체만 놓고 보면 중국과 비교할 규모는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로서는 중국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최근 기존 일대일로 전략에 대 동남아전략을 추가했다. 지난 2012년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펴며 중국을 견제하면서 냉랭했던 필리핀과 중국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부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두테르테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동남아 진출이 확대되고 동시에 중국 외교전략이 공세적으로 전환되면서 중국과 동남아 경제협력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막연하게 한‧중 경쟁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윤아 동남아대양주팀 팀장은 “중국과 동남아 관계는 수준뿐 아니라 속도에 의해서도 한국과 동남아 협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 역시 중국의 경제대국 부상으로 인한 기회를 활용하고자 하면서도 지나친 중국 의존도가 초래하는 경제적·정치적 문제를 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과 동남아가 겪는 문제들과 이에 대한 대응은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며 “중국의 동남아 진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정립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한국과 동남아 관계가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하는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