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생명이 다시 건전성 위기에 봉착했다.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2200억원의 증자를 받은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현대라이프는 과거 푸본생명으로부터 상품 개발·자산 운용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며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최근 총 17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연달아 발행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164% 수준인 지급여력(RBC) 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며 금융감독 당국이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는 지속적인 적자 탓이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98억원, 올해 상반기 9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적자로 인해 6월 말 기준 이익결손금은 2164억원에 달할 정도다.
푸본생명은 국내보다 10년 빨리 고령화·저금리 상황에 대처해 상품 개발·자산 운용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현대라이프가 푸본생명과 전략적 업무 제휴가 성사되자 가장 먼저 상품 개발·자산 운용 인력 파견을 요청했을 정도다. 그러나 특별히 새로운 상품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보다 저축성보험 판매에 더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라이프생명의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초회보험료 기준)은 지난 2014년 53.09%였으나 지난해 86.67%로 33.58%포인트 확대됐다. 방카슈랑스 채널로 판매한 대부분의 상품은 저축성보험으로 파악됐다.
해외 투자를 통해 저금리를 타개했다는 푸본생명의 자산운용 노하우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현대라이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푸본생명과 제휴 직후 소폭 개선되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와 올해 6월 말에는 3.5%로 다시 하락해 생보업계 평균(3.7%)을 하회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 확충 이후에 흑자를 내는 데 실패해 고질적인 건전성 문제를 떨쳐내지 못했다"며 "대만 푸본생명식 상품도 특별한 게 없어 영업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