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 인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어필한 가운데 누가 차기 의장이 되느냐에 따라 국내 금리 인상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 재닛 옐렌 의장 임기가 내년 2월 만료되면서 차기 의장 인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파월 이사가 연준 의장이 되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예상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큰 폭의 변동이나 위험 가능성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특히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는 한은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더라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없을 것으로 보는 만큼 한은과 국내 금융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테일러 교수는 의장 후보 중 가장 매파적인 인물인 만큼 부담이 커지게 된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일정한 규칙(테일러 준칙)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이론을 정립해 계산하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는 3%로 계산된다. 현재 수준인 1.00~1.25%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테일러 교수가 내정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긴축에 더 속도를 낸다면 한은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내 시장도 영향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 금융부채는 4조7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파월 이사와 테일러 교수 중 한 명은 차기 의장, 나머지 한 명은 부의장에 낙점하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유력 후보 가운데 통화 정책에 가장 완화적인 사람이 재닛 옐런 의장인 만큼 국내의 금리 인상 자체를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내년 2월,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가파르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누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되느냐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