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의 갑질, 이래서 되겠습니까?
‘적폐 청산이 바로 관행의 혁신’이란 말이 요즘처럼 절실히 와 닿은 적이 없다. 그동안 현 정부 들어서면서 적폐 청산, 혁신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해도 별다른 실감을 하지 못했다. 당사자가 실제 겪어보지 않았다면 다른 동네 일로 치부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행정처분은 커다란 흠집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상급기관은 기업의 이 같은 처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조차 확인시켜주지 않는다. 상급기관의 횡포로밖에 여길 수 없다.
어느 기업임원은 자치단체의 기업초청 간담회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단체장이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고 자리를 마련해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작은 벤처기업으로서 바람도 얘기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잖이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해당부서 담당자로부터 좋지 않은 꾸지람이 바로 들어왔다. 기업입장에서 괜한 얘기를 했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유망한 벤처기업의 R&D 심사절차가 부당하고 의아한 경우도 있었다. 바이오 관련 분야 R&D에 지원서류와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심사 당일 해당 기업 관련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다. IT와 바이오분야를 융합시킨 분야인데, 심사평가위원들은 모두 IT분야 교수였다. 그러다 보니 발표현장에서 질문도 없었고 관심 표명도 받지 못했다. 미리 짜여진 각본 속에 결과도 물론 좋을 리 없었다. 분명히 문제가 있었으나 그 기업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거리고 있을 뿐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불합리한 관행의 피해를 받은 경우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어찌 보면 이 같은 사례는 새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고 어느 선배기업인은 말한다. 뭐 그 정도 갖고 그러느냐고 말이다.
아니다. 이래선 안 된다.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희망을 바랄 수 없다. 그동안 쌓여온 불합리한 관행사례를 하나씩 모아놓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뿌리 깊은 관행인지라 짧은 시간에 척결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라면 지금부터 뿌리를 뽑아나가야 한다.
올해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이 15계단 하락한 52위란다. 부끄럽지 않은가. 적폐 청산 대상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남 탓할 때가 아니다.
관행의 혁신은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휴머니즘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