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이 이라크 내 쿠르드계가 장악하고 있는 북동부 키르쿠크 지역을 점거, 쿠르드자치정부(KRG)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쿠르드계 독립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혈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쿠르드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키르쿠크의 정유시설과 주요 군사기지들을 차례로 점거했다. 지난달 쿠르드계의 독립투표 단행 이후 심화된 양측 갈등이 무력 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를 계기로 이라크군이 철수한 뒤로는 사실상 쿠르드족의 점령해왔다. 독립 주민투표 때 동참하고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은 유전지대에서 쿠르드군을 몰아내고 주요 군사기지를 장악한 뒤 키르쿠크 서북부 석유회사를 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지역의 시설들 가운데 K1 공군기지, 발전소, 산업지구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수 정유 시설이 몰수되면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 현재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0.79달러(1.54%) 상승한 52.24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0.82달러(1.43%) 높은 57.98달러의 거래 규모를 보이고 있다. CNBC, 가디언은 등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불인증 이후 이란 제재 가능성이 열린 데다 이라크 군사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라크군의 기습 점거는 지난달 단행된 쿠르드계의 독립 국가 선언을 계기로 키르쿠크의 유전과 군기지를 쿠르드계로부터 되찾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정부는 국제공항 운항 중지, 국경 폐쇄 등 주변국에 쿠르드계에 대한 압박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쿠르드자치정부와의 국경을 폐쇄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쿠르드계 독립 투표 이후 대치하고 있던 이라크 측과 쿠르드계가 키르쿠크를 둘러싸고 대치하자 미국 등 국제사회는 긴장 완화를 호조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교전을 피해기 위해 주둔 지역에서 서서히 철수하고 있던 쿠르드군이 향후 반격 쪽으로 작전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혈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라크 내 쿠르드계는 지난달 25일 분리·독립 찬반 투표를 단행, 90%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이후 마수드 바르자니 이라크 KRG 수반이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이 추구하는 독립국가 명칭)'을 선언했지만 각국 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주변국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