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스프린트 '합병카드' 꺼내 들었다

2017-10-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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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미국 이동통신업계 재편을 통한 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지난 2013년 인수한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이 2014년 미국 정부의 반대로 좌절된 이후 3년 만에 또다시 합병카드를 꺼내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미국 이동통신업체 4위 스프린트와 3위 업체 T모바일이 경영통합을 목표로 합병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르면 이달 안에 최종 협상결과가 발표된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위 업체 버라이즌과 2위 AT&T를 위협하는 3위 업체가 탄생해 미국 이동통신시장이 3강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스프린트와 T모바일은 주식교환을 통한 경영 통합 방식을 협의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에 89%를 출자하고 있으며, 도이치텔레콤은 T모바일에 64%를 출자하고 있다. 13일 현재 T모바일의 시가총액은 509억 달러(약 57조원)이며, 스프린트의 시가총액은 282억 달러(약 31조원)에 이른다.

소프트뱅크와 도이치텔레콤은 협상에서 합병을 통해 설립될 신설회사에 대한 출자비율과 합병조건 등을 최종 조율 중이다. 최종 조율을 거쳐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와 미국 사법부 등 관련 당국에 합병 인가를 신청하게 된다.

지난 2014년에 시도한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은 FCC의 반대로 좌절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합병도 FCC의 판단에 따라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M&A)과 규제완화에 전향적인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합병 기운은 다시 고조됐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3월말 현재 T모바일과 스프린트 가입자 수는 1억3134만명이다. 1위 버라이즌은 1억4601만명, 2위 AT&T는 1억3422만명으로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2위 업체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강력한 3위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은 합병을 통해 고객 기반을 굳히고, 네트워크 투자를 늘려 3강 구도를 형성해 본격적인 시장 흔들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와 미국 케이블TV 차터커뮤니케이션즈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동종업종이 아닌 이종업종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합병 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종업종인 T모바일과의 합병이 더 큰 시너지효과가 있다는 판단 아래 T모바일과의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지난 2013년 20조원을 투입해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미국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도이치텔레콤으로부터 T모바일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FCC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 세계 이동통신시장은 2020년에 차세대 통신기술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손정의 사장은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준비하고, 미국에서 일고 있는 대형 M&A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을 통한 시장 재편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스프린트는 최근에서야 흑자로 돌아서 경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으며,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3위에서 4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병을 통한 시장재편을 주도해 수익기반을 굳히고, 5G를 활용한 IoT서비스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전략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3조원을 들여 영국 반도체설계회사 암(ARM) 홀딩스를 인수했다. 손정의 사장은 당시 암홀딩스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IoT라는 패러다임 시프트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손정의 사장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이바와 함께 100조원 펀드를 조성해 IoT 관련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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