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싸움닭 기질'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트위터로 공화당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 위원장을 향해 "꼬마"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자신을 ’바보천치(moron)‘이라고 불렀다는 보도가 나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는 ’IQ 대결‘을 제안한 것이다.
◆ 트럼프 "틸러슨과 IQ 대결 해봐야..누가 이길지 장담"
10일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틸러슨이 나를 바보천치라고 불렀다는) 그 보도는 가짜뉴스 같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우리는 IQ 테스트 대결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이나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유력 매체들은 “모욕당한 트럼프가 틸러슨의 지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혹은 “트럼프가 틸러슨에게 맞은 한방을 되갚아주었다”면서 일제히 이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대북해법을 두고 불거진 트럼프와 틸러슨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증거라고 풀이도 나왔다.
IQ 대결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는 틸러슨을 신뢰한다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틸러슨은 1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틸러슨을 깎아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틸러슨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도 수습에 힘을 보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 게 아니다. 농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 할지라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의 책임을 넌지시 언론에 돌렸다.
◆ 공화당 코커 의원 “꼬마 코커”라며 조롱
트럼프의 공격은 공화당 유력 의원에게도 향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 예산안, 세제개혁 등 주요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공화당 주류 의원들과 계속 마찰해왔는데 이번에는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인신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이 펼쳐졌다.
10일 트럼프는 코커를 “꼬마(Liddle)”라고 부르면서 조롱했다. 지난 8일 공개된 뉴욕타임즈(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커 의원이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처럼 생각하고 다른 나라에 무모한 위협을 일삼는다.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비난한 뒤 팽팽한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8일에도 트럼프는 트위터에 “코커가 중간 선거에서 나의 지지를 ‘구걸‘했지만 거절했더니 불출마했다. 그는 출마할 배짱도 없다”면서 코커를 깔아뭉갰다.
NYT는 최근의 상황을 두고 “백악관이 대중의 이목을 주목시켜 스타덤에 오른 주인을 맞은 뒤 치열한 정치와 TV 드라마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발끈하는 성미와 거침없는 막말은 이제 익숙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의회에 산적한 현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워싱턴 정가의 우려는 깊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둘 중 한쪽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는 공화당 의원들은 “제발 그만두라”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틸러슨을 비롯해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주요 참모들이 트럼프의 변덕을 못 견디고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줄줄이 사퇴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는 10일 트위터를 통해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 중 하나인 존 켈리 장군이 곧 잘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를 상처입히려 하고 있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