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북한은 10일에는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탄도미사일 발사의 경우 새벽에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날 새벽에는 탄도미사일을 쏘지 않았다.
북한은 그간 국가적 기념일에 맞춰 내부 단속용과 대외 선전용으로 굵직한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여 왔는데 당 창건일은 김일성 생일(4월15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정권 수립일(9월9일)과 함께 북한 4대 명절에 해당한다.
10월에는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몰려 있는 만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두마(하원) 국제위원회 소속 안톤 모로조프 의원도 지난 6일(현지시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사거리가 미국 서부 해안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아직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언제든 도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도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 등 감시전력을 증강해 도발 예상지역을 면밀히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도발에 나설 수 있어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지금은) 폭풍 전 고요", "(북한에) 오직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의미는 곧(pretty soon) 알게 될 것"이라는 등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군사적 대응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이 때문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벼랑 끝 전술'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전반적 기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인사개편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곧 본격화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도발을 자제하고 정세 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도발을 자제한다면 경축 공연과 연회, 무도회 등을 통해 당 창건일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보고대회나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는 그동안 정주년(0 혹은 5로 꺾어지는 해)에 맞춰 개최해왔기 때문에 72주년인 올해에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발에 나설 공산은 여전히 크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천명하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반도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기해 '4월 위기설'이 거론된 후, 급격히 증폭된 한반도 위기설로 5월과 8월에 이어 9, 10월까지 반년째 초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