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한국 스포츠 거목'의 죽음을 애도하러 온 수백 명의 조문객과 함께 엄숙하게 치러졌다. 9일 오전 국기원에 도착한 운구차를 하얀 도복의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 120명이 도열해서 맞이했다.
영결식에는 홍성천 국기원 이사장, 최창신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이규석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 오현득 국기원 원장 등 태권도 단체 전현직 임직원,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임직원, 세르미앙 응(Ser Miang Ng) IOC 집행위원, 유승민 IOC 위원, 그리고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동섭 국회의원, 장제원 국회의원,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김종훈 전 국회의원,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 등 정관계 인사, 체육계, 태권도계, 유족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고인의 명목을 비는 묵념, 태권도 10단 헌정, 고인 약력보고,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의 조사, 정부 대표와 IOC 대표의 추도사, 유족답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홍성천 국기원 이사장이 조사를 읽어 내려 가자 조문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홍 이사장은 “오늘 우리는 태권도계 거목으로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김 전 부위원장님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 숭고한 가치는 지구촌 태권도인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어진 조사에서 “우리나라 체육의 든든한 버팀목이시던 김 전 부위원장님이 영면의 길을 떠나셨다. 인명은 하늘의 뜻이라기에 비통함을 감추려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진천선수촌 개촌식에서 뵌 모습이 선한데 이제 영정으로밖에 뵐 수 없으니 애절한 마음이 비할 데 없다”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했다가 3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분당 스카이캐슬'에서 영면에 들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한국 스포츠의 거목이다. 그는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의 유치에 기여했다. '태권도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하는 등 태권도의 세계화도 주도했고, 국기원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