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국 세탁기 판매 제재 위기에 '총력대응 방침'... 최대 시장 지킨다

2017-10-06 17:11
  • 글자크기 설정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대 수출 지역인 미국에서 세탁기 부문의 판매에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양사의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이 같은 인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당한 판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 ITC,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 피해 심각” 판정
ITC는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태양광 패널에 이은 두 번째 산업피해 판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ITC는 이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양사 수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는 이날 피해 판정에 따라 오는 19일 '구제조치(remedy)' 공청회를 개최하며,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이어 12월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무역구제를 건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은 내년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포함된다.

앞서 월풀은 삼성과 LG가 반덤핑 회피를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라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바 있다. 양사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일찌감치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삼성.LG 미국 연간 수출 물량 200만대, 유통망 등 피해 우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물량으로는 200만대 이상,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사는 현재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세우고 있으나 이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생산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태국·베트남 등에서 생산 중인 물량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출처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지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유통망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 ITC 공청회 대응 총력...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강조할듯
이에 양사는 일단 이달 19일 열릴 ITC 공청회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ITC는 다음 달 구제조치 보고서 작성을 앞두고 공청회를 열 예정인데, 삼성·LG전자와 정부 당국은 우리 입장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6일 자체 뉴스룸에 올린 영문 입장 발표문을 통해 "ITC의 (자국 산업 피해를 인정한)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서 진행 중인 가전공장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북미 가전공장을 건설해 가장 혁신적인 세탁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며서도 "앞으로 나올 구제조치가 이 공장의 건설과 가동을 저해(hinder)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ITC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는 미국 노동자들을 지역별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가전시장의 공정성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ITC 결정에 따라 이어질 구제조치 관련 공청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보고 등 관련 절차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같은 날 "LG 세탁기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라면서 "따라서 세이프가드가 실제로 발효된다면 피해는 결국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오는 19일 열릴 구제조치 청문회에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한편 제소업체인 미국 월풀이 한국산 세탁기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도 입증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는 "이번 ITC 결정에 따른 영향은 없으며,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은 미국 워싱턴DC의 ITC 사무소에서 열린 세이프가드 조사 공청회에서 부당함을 강조하는 한편 이와 관련한 의견서도 공동 제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정부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관련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노골화하고 있는 보호무역 주의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